“웬 가로 디자인” 물음표가 “영상보며 메신저까지” 느낌표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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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크]6일 출시 ‘LG 윙’ 개발 뒷이야기
영업 부서 “꼭 돌려야 하나” 회의적… “쉽게 고장날 것 같다” 우려 쏟아져
예상보다 가볍고 힌지 부드러워
“멀티태스킹 가능한 디자인 필요”… 고객 요청 앞세워 구성원들 설득

6일 출시된 LG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LG 윙’의 기획 및 개발에 참여한 MC기구개발실 한재영 팀장(왼쪽)과 MC상품기획담당 김대호 선임이 LG 윙을 들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6일 출시된 LG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LG 윙’의 기획 및 개발에 참여한 MC기구개발실 한재영 팀장(왼쪽)과 MC상품기획담당 김대호 선임이 LG 윙을 들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가장 어려웠던 건 ‘이게 과연 되겠어?’라는 내부 구성원들을 설득하는 거였어요.”

LG전자의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LG 윙’의 상품기획에 참여했던 김대호 선임은 최근 기자와 만나 준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새로운 폼팩터(기기 형태)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을 꼽았다. 실제로 제품을 개발해야 하는 연구소나 판매해야 하는 영업 담당 부서에서도 ‘꼭 돌려야 하느냐’는 반응이었다.

LG전자 내부 구성원만이 아니었다. 8월 LG 윙의 디자인이 처음으로 인터넷에 유출됐을 때 대중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2020년에 무슨 가로 본능이냐’는 비아냥거림에서 ‘무거울 것 같다’ ‘쉽게 고장 날 것 같다’는 현실적인 우려까지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지난달 공개된 LG 윙은 예상보다 가벼웠다. 자체 개발 힌지(hinge) 등을 통한 ‘스위블 모드’는 부드러웠다. ‘노치리스 디스플레이’ 메인스크린을 가로로 눕혀 영상을 감상하며 세컨드 스크린으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은 다른 스마트폰으로는 하기 힘든 경험이다.

LG 윙이 6일 이동통신 3사와 자급제 채널을 통해 출시됐다. 김 선임을 비롯해 LG전자에서 LG 윙의 기획과 기구 구조설계를 담당했던 관계자를 만나 개발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내부에서도 회의적이었던 디자인을 설득하는 데 동원된 것은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불편이나 요청사항)였다. 김 선임은 “고객들의 사용 행태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동영상을 보다가 메신저 등을 사용할 때 영상을 켠 채로 좁은 화면에서 불편하게 사용했다”며 “몰입과 멀티태스킹 두 가지가 가능한 디자인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기획에 참여했던 직원들은 상상 가능한 거의 모든 형태의 폼팩터를 검토했다고 한다. 또 그와 동시에 경쟁사의 제품을 비교적 덜 의식하려 했다. 다른 제품에 있는 기능이나 디자인을 의식하지 않고 동영상 사용에만 초점을 맞추니 내부에서도 ‘다른 회사에선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디자인이 나왔다’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머릿속 상상을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LG 윙의 구조설계를 맡은 한재영 팀장은 “바(bar) 형태의 스마트폰보다 2∼3배 긴 프로토타입(출시에 앞서 핵심 기능만 넣어 제작한 기본 모델) 운영 기간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팝업카메라를 넣었다 빼고, 노치를 바꿔가며, 힌지와 회전 방향 등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며 수십 가지의 프로토타입 제품이 만들어졌고 바로 사라졌다.

제품 공개 직전까지도 선택이 반복됐다. 이형(異形) 폼팩터 스마트폰 치곤 저렴한 출고가(109만8000원)와 가벼운 무게(260g)를 위해 소비자의 기대에는 못 미치는 칩셋을 사용해야 했고, 기획 단계에선 포함됐던 유선 이어폰 단자 등도 빠져야 했다. 이색적인 폼팩터에 비해 즐길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콘텐츠가 한정된다는 것은 남아있는 숙제다. 김 선임은 “제품 공개 직후 넷플릭스 앱을 설치할 수 없었거나 유튜브 앱에서 멀티태스킹을 위해선 저화질로 영상을 감상해야 했던 문제 등은 해결했다”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가로 디자인#lg 윙#멀티태스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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