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폭염에 27명 사망… 땡볕에 일하는 현장근로자 건강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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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온열질환 사고’ 예방하려면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돼 야외 작업 근로자들의 온열질환 사고 예방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은 40도가 넘는 더위에도 야외에서 작업 중인 근로자들. 동아일보DB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돼 야외 작업 근로자들의 온열질환 사고 예방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은 40도가 넘는 더위에도 야외에서 작업 중인 근로자들. 동아일보DB
지난해 7월, 경남의 한 제조업체 공장에서 일하던 60대 근로자 A 씨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낮 기온이 31.7도까지 오른 더운 날이었다. 금속을 녹여 액체상태로 만드는 가마인 용해로(鎔解爐)가 있는 공장 내부는 말 그대로 찜통 같았다. A 씨는 잠시 땀을 식히기 위해 선풍기 앞에 앉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며 의식을 잃었다고 한다. 병원으로 옮겨진 A 씨는 ‘열실신’ 진단을 받았다.

○ 최근 5년간 온열질환 산재로 27명 사망

역대 가장 길었던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야외에서 작업하는 근로자들의 건강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5년간(2015∼2019년) 열사병, 일사병과 같은 온열질환 산업재해 피해는 모두 153건이 있었고 근로자 27명이 사망했다. 온열질환 산재는 야외 작업이 대부분인 건설업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같은 기간 19명의 사망자가 건설업에서 나왔다.


미래통합당 임이자 의원실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망자 대부분은 폭염특보가 내려진 날 야외에서 작업하다 사고를 당했다. 하지만 폭염특보가 내려지지 않은 날이나 실내에서 일하다 사고를 당한 사례도 있었다. 근로자 개인의 평소 건강상태나 작업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2018년 7월 21일 오전 10시 30분경, 경북의 한 휴양림에서 풀베기 작업을 하던 B 씨(56)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날 기온은 30.8도로 폭염특보가 발효되기 전이었다. 하지만 B 씨의 체온은 40.6도까지 올랐다. 그늘이 없는 풀숲에서 5시간 가까이 일했기 때문이다. B 씨는 병원으로 옮겨지던 도중에 숨졌다.

이틀 뒤인 같은 달 23일 오후 2시경,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는 이삿짐 포장작업을 하던 일용직 근로자 C 씨(42)가 숨졌다. C 씨는 오전 8시 반부터 낮 12시까지 일한 뒤 점심식사를 마치고 잠시 쉬던 중이었다. 이날 C 씨는 실내에서 일했고 평소 지병도 없었다. 폭염특보가 내려진 34.3도의 더운 날씨에 일을 계속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C 씨의 사망재해를 조사한 공단 측은 “폭염경보가 발령되면 1시간 기준으로 45분 일한 뒤 15분씩 휴식시간이 주어져야 하는데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았다”고 했다.

○ 수분 섭취와 그늘 휴식 중요

여름철 온열질환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작업 중 수분 섭취와 그늘에서의 휴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온열질환 산재가 발생한 사업장 대부분은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근로자들에게 충분한 휴식시간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휴식시간을 주더라도 ‘알아서 쉬라’는 식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 휴식시간을 근로자에게 맡기면 사업주의 눈치를 보게 돼 규칙적인 휴식이 어려운 데다 작업량이 많은 경우엔 쉬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폭염주의보나 경보가 내려진 날에는 특히 규칙적이고 충분한 휴식시간을 가져야 한다. 폭염주의보일 경우엔 50분 작업 후 10분간, 경보일 때는 45분 작업 후 15분간의 휴식이 권장된다. 고령이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라면 이보다 더 많은 휴식시간이 주어져야 한다.

폭염주의보는 일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경보는 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최고 체감온도가 38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날은 1시간을 기준으로 15분 이상의 휴식시간을 가져야 하고 긴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옥외작업을 중단해야 한다. 더운 날씨에 작업하다 어지러움이나 두통,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온열질환 초기증세일 수 있다. 이럴 땐 곧바로 서늘한 그늘 쪽으로 이동한 뒤 선풍기 바람을 쐬거나 물수건 등으로 체온을 떨어뜨려야 한다.


작업장 내 휴식공간에 한낮의 땡볕을 가려줄 그늘막이 설치돼 있지 않거나 물과 소금을 준비해 놓지 않는 것도 온열질환 사고를 키우는 원인으로 꼽힌다. 휴식공간이 야외에 있을 경우 햇빛을 완전히 차단하는 그늘막이 작업장소와 가까운 곳에 설치돼 있어야 한다. 차가운 물과 소금도 준비돼 있어야 한다. 2017년 세종의 한 건설현장에서 러시아 국적 20대 남성이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는데 당시 마실 물은 작업장소인 3층과 8층이 아닌 1층에 준비돼 있었다. 공단 관계자는 “온열질환 사고를 막기 위해 충분한 수분 섭취와 그늘 휴식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사업주들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온열질환#산업재해#폭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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