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수익비율 10년 만에 최고… “실적개선 없는데” 고평가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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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선 회복에 PER 20배 육박… 기업실적 개선없이 주가만 개선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비관적… “저금리로 증시에 돈 몰려” 분석도
전문가 “실적 받쳐줘야 계속 상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급락했던 코스피가 두 달 만에 2,000 선을 회복했지만 기업 실적 개선이 뒤따르지 않으면서 주가가 고평가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9.6배로, 20배를 넘겼던 2010년 4월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PER는 주식 가격을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배율이 높을수록 고평가돼 있다고 본다. 코스피의 PER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3월에 약 12배까지 떨어졌다가 증시 반등과 맞물려 최근 급등했다.

물론 주가는 일반적으로 미래의 기업 가치를 반영해 움직이기 때문에 PER가 높더라도 기업 실적 전망이 좋다면 고평가 부담을 덜 수 있다. 문제는 한국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4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낮은 ―3.0%로 제시하고, 최근 추가 하향 조정을 시사한 바 있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28일 기준금리를 0.5%로 내리면서 22년 만에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저금리에 갈 곳을 잃은 투자 대기자금들이 증시를 지탱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리 인하로 예·적금 금리가 연 0%대에 그치고,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으로 부동산 투자도 소강상태에 빠진 만큼 여유자금들이 증시로 쏠릴 수 있다는 것이다. 31일 한은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금통화,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부동자금 규모는 올해 3월 말 기준 1106조338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1000조 원을 넘긴 뒤 5개월 동안 매달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다시 폭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면서도 상승세를 지속하려면 몇 가지 필요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전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대비 실적 전망이 하향 조정됐을 때 주식시장이 강세장을 지속한 사례가 없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라며 “증시가 상승세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내년도 실적 전망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삼성전자 등 전통적 대장주들의 주가 회복이 추가 상승을 위한 재료가 될 수 있고, 외국인투자가들의 유입이 본격화되는지도 살펴야 한다”고 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주가수익비율#기업실적#코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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