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밖 청소년 지원 1순위는 직업훈련”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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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서 정책토론회 열려
서울지역 7~18세 약 8만명 중 공부 48%, 취업 35%…17%는 無業
“무업상태 이어지지 않게 지원해야… 사회단체등과 접점 유지도 중요”
청소년은 “사회적 낙인이 두려워”


김현선 씨(19·여)는 고등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치기 전에 자퇴했다. 자퇴라는 단어를 처음 떠올린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불량학생’은 아니었지만 친구들로부터 여러 번 따돌림을 받자 학교생활이 즐겁지 않았다. 외국어고 같은 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 진학생 위주로 돌아가던 학교 분위기도 한몫했다. 유학원을 통해 미국 남부 공립학교에 1년 교환학생으로 갔지만 인종차별이 심해 예정보다 두 달가량 앞당겨 귀국했다.

다시 학교에 돌아갈까 고민해 봤지만 검정고시 준비를 택했다. 그때 가장 두려웠던 것은 타인의 시선이었다. “언젠가 등교시간에 도서관 가는 버스를 탔는데 교복 입은 학생들 사이에서 저만 혼자 사복 차림이었다. 그들의 눈빛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대학수업을 고등학생이 들을 수 있는 ‘꿈의 대학’을 수강하고 싶어 교육청에 문의했지만 고교생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김 씨는 “공부를 계속하려는 의지는 있지만 소속이 없는 상태에서 차가운 시선을 이기며 자존감을 지키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14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12월 기준 김 씨 같은 서울시 ‘학교 밖 청소년’은 약 8만 명이다. 전국 만 7∼18세의 학령기 청소년 가운데 전국의 학교 밖 청소년은 약 40만 명. 이 중 김 씨처럼 검정고시를 준비하거나 직업훈련을 받는 등 이른바 공부하는 청소년 비율은 48%다. 35%는 식당 종업원 및 편의점 점원 등 아르바이트나 취업해 일하고 있고 17%는 공부도, 일도 하지 않는 ‘무업(無業)’ 상태로 추정된다. 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만 15∼19세의 무업 청소년 비율은 한국이 36개국 중 24위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사회에서 소외되거나 낙인 찍혔다고 생각해 갖는 열패감이나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필요한 것은 있을까. 8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학교 밖 청소년 지원 활성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는 이들과 사회와의 접점이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크게 두 갈래로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한다. 비인가 대안학교 지원과 학교밖청소년지원(꿈드림)센터다. 그러나 비인가 대안학교에 가는 학교 밖 청소년은 전체의 2.3%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자치구당 1개씩과 시 차원 1개 등 모두 26곳인 꿈드림센터는 이들을 상담하고 직업교육 및 자립을 지원한다.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학교를 떠나는 청소년들이 적어도 꿈드림센터와는 관계를 이어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꿈드림센터는 학교 밖 청소년의 동의를 얻으면 학교로부터 개인정보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개인정보 제공 동의 비율은 50% 수준이다.

윤철경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꿈드림센터에서의 개별상담 등을 통해 집단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청소년도 상담 선생님이나 또래와 라포르(rapport·신뢰)를 형성하기 쉽다”며 “이들이 어떻게든 기관과의 접점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수현 구로구 꿈드림센터장은 “청소년들이 학교를 나와 처음 관계를 맺는 성인인 청소년지도사 같은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무업 상태의 청소년이 경제적 어려움을 계속 겪지 않도록 직업훈련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 연구위원은 “10대에 학교를 그만두고 20대가 되도록 무업 상태에 있거나 값싼 단순노동으로 소모되지 않도록 기술직업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직업훈련#무업상태#사회적 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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