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한 ‘유턴기업 지원책’…올 2월까지 국내로 돌아온 기업 단 54곳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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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2월 20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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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국에서 배관용 자재를 생산하던 A사는 인건비 등 비용이 늘자 중국 현지 생산량을 60% 줄인 뒤 국내 사업장을 증설하려고 했다. 하지만 발주량이 증가해 중국 내 생산축소 규모가 당초 예상한 60%의 절반인 30%로 바뀌었다. 해외 생산량을 50% 이상 줄여야 유턴기업 혜택을 주도록 한 한국 규정상 국내로 돌아올 유인이 없어졌다. 결국 A사는 유턴 신청을 보류해야 했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해외 진출 기업을 국내로 복귀하도록 하는 ‘유턴기업 지원책’에 따라 2013년부터 올 2월까지 유턴한 기업은 54곳이었다. 2010~2016년 850여 개의 미국 기업이 자국으로 돌아간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의 기업 유턴 실적이 부진한 것은 관련 기준을 충족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은 현재 해외 생산량을 줄이고 국내 사업장을 증설하는 제조업체에만 혜택을 주고 있다. 유선전화를 생산하던 기업이 국내로 복귀하며 휴대전화를 생산하는 등 생산품목을 바꾸더라도 지원을 받을 수 없다. 현재 생산량 축소 기준을 50%에서 25%로 낮추는 등 지원을 늘리는 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지만 통과시기를 알기 어렵다.

이날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연구보고서에서 “지원 대상이 전자 주얼리 신발 등에 한정돼 있어 효과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해외진출기업이 생산에 드는 중간재 등을 해외가 아닌 한국에서 조달해 국내 생산과 일자리 증가효과가 나는 경우에도 세제혜택 등을 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투자를 수반하지 않더라도 유턴기업으로 파악하는 등 지원 대상을 넓혀 2010년부터 6년 동안 850여 개 기업이 유턴했다. 대만은 중국에 진출해 있는 자국 기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한 뒤 복귀 의사가 있는 약 10%의 기업을 위해 맞춤형 전략을 시행했다. 그 결과 2006~2009년 총 255개 기업이 유턴한 데 이어 2015, 2016년에는 85개 기업이 돌아왔다.

보고서는 “해외에 나간 한국 기업들은 국내 인건비가 높고 우수 인력 확보가 힘든 점 등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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