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으로 돌아오는 日 자동차 생산 물량…‘리쇼어링’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0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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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동아일보DB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동아일보DB
19일(현지시간) 일본 자동차기업 혼다의 유럽본부가 글로벌 자동차 생산망 구조조정에 나선다고 밝혔다. 전날 영국 언론 스카이뉴스가 혼다의 영국 스윈던 공장 폐쇄를 보도하자 이를 공식 인정하며 생산지역의 재조정에 돌입한다고 고백한 것이다.

혼다는 보도자료를 통해 “세계 자동차시장은 전례 없는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혼다는 전기자동차 생산 확대에 따라 생산지를 재조정하고, 높은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는 지역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21년 영국 스윈던 공장은 문을 닫고, 같은 해 터키 공장은 준중형 세단 ‘시빅’ 생산을 중단하게 된다. 터키 공장은 완전히 폐쇄하지는 않는다.

이노우에 카츠시 혼다 유럽본부 사장은 “새로운 미래 생산망 구축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어 유감”이라고 했다. 영국 공장 폐쇄가 합의 없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이른바 ‘노 딜 브렉시트’ 영향도 없진 않지만 생산지 구조조정 전략의 영향이 컸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2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혼다 외에도 도요타, 닛산,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글로벌 생산망 조정에 나서는 추세다. 앞서 GM은 2017년 유럽시장 철수하고 지난해 한국 군산공장 폐쇄와 북미 공장 4곳 폐쇄 결정 등 수년째 생산지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미래차 시장에 대비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일본 자동차회사들은 생산물량을 자국으로 돌리려는 경향이 강하다. 영국 스윈던 지역 하원의원 저스틴 톰린슨은 “혼다가 유럽 생산 물량을 모두 일본으로 이전시키려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달 초 닛산도 영국 공장에 배정하려던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엑스트레일’을 규슈 공장에서 생산한다고 발표했다. 도요타는 2015년부터 캐나다에서 생산하던 ‘렉서스RX’를 후쿠오카현 미야타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고, 2017년에는 미국 인디애나주 공장에서 생산하던 ‘캠리’ 10만 대 물량을 아이치현 공장으로 옮겼다.

일본 자동차회사들이 자국 공장으로 생산량을 배정하면서 일본 내 자동차 생산량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972만7189대를 생산해 전년대비 0.4% 늘었다. 2017년 증가율은 5.3%였다. 일본 내 자동차 생산량은 2006년 1148만 대로 미국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가 2011년 900만 대 밑으로 떨어졌다. 이후 다시 900만 대 후반대로 늘어난 것이다.

자동차업계는 일본차 회사들이 자국으로 돌아가는 ‘리쇼어링’ 흐름은 자국 중심의 미래차 생태계 조성 전략과 함께 엔화 약세, 법인세 인하 등 정부의 지원이 바탕이 됐다고 본다. 특히 미래차 전략 변화가 강력한 유인이 되고 있다. 전기차를 생산하려면 배터리 공급을 포함한 새로운 부품회사들이 필요하다.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기 위해서도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협업을 해야 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위원은 “미래차 등 신기술 개발은 싼 노동력이 필수 경쟁요소가 아니라 부품회사, 연구진과의 긴밀한 협력이 경쟁요소라 자국에서 개발하려는 경향이 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본과 가깝고 시장이 커지고 있는 중국, 동남아시아로 수출하기 쉽다는 점도 영행을 끼쳤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일본 자동차기업은 일본과 EU 간의 새로운 무역협정에 따라 일본 본토에서 EU로 수출하기 쉬워졌다. 강력한 친환경 규제로 시장이 침체된 유럽보다 중국, 인도네시아가 가까운 자국에서 생산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김현수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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