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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농림어업서 10만명 증가 ‘기현상’ 빼면, 사실상 취업자 수 감소

입력 2019-02-14 03:00업데이트 2019-02-1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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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일자리 성적표 암울]
1월 취업자 전년보다 1만9000명 증가 그쳐… 정부 목표치의 8분의 1

《제조업과 건설업 일자리가 줄어드는 반면 농림어업 분야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기업 투자와 생산을 늘려 신규 취업을 확대하는 고용의 선순환 구조가 무너지고 있다는 의미다. 민간 기업의 활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재정 투입으로 보건복지 분야 일자리를 늘리는 등의 임시방편으로는 고용난을 타개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 17개 산업군 중 10개 산업서 일자리 줄어

일자리 부진은 제조업 전반이 부진에 빠지면서 신규 채용 여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김영훈 기획재정부 정책기획과장은 “반도체 업황이 좋아 지난해 1월에는 반도체 관련 일자리가 과거보다 많이 늘었다”며 “최근 업황이 둔화하면서 작년에 비해 일자리 증가 폭이 많이 감소한 것으로 보이는 ‘기저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건설업 일자리도 투자 부진 때문에 직격탄을 맞았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건설경기동향조사에 따르면 건설 수주액은 19조1000억 원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7% 감소했다. 종합건설사 중심으로 실적이 나빠지면서 신규 취업이 줄었다는 것이 정부의 분석이다.

이런 취업자 수 감소는 제조업 이외의 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분류한 17개 산업 가운데 10개 산업에서 1월 취업자 수가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감소했다. 사업시설관리, 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7만6000명), 도·소매업(―6만7000명), 숙박 및 음식점업(―4만 명) 등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는 업종에서 일자리 감소 폭이 특히 컸다.

○ 정부도 의아한 새 농림 일자리 10만 개

취업자가 10만 명 이상 늘어난 산업은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17만9000명), 농림어업(10만7000명)뿐이었다. 두 분야 모두 관련 통계가 현행 기준대로 집계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 중 농림어업 분야 일자리가 급증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 정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는 귀농 인구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설명하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 관계자는 “귀농 인구가 늘어나면서 비경제활동 인구였던 사람들이 점차 숙련노동자, 자영업자 등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2017년 1월만 해도 농림어업 취업자 수는 9000명 감소했다. 전체 농림어업 취업자 수가 100만 명대 정도인 상황에서 지난해 1월 9만4000명 증가한 데 이어 올 1월에도 다시 10만7000명 증가한 현상을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증가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의 경우 다른 공공 서비스업에 비해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편이다. 지난해 8월 기준 업종별 비정규직 비중은 보건복지가 41.9%인 반면 공공행정은 29.2%였다.

정부가 재정을 들여 보건복지 분야 신규 일자리를 17만9000개나 늘렸지만 1월 취업자 수 증가폭은 작년 8월 이후 최소 수준(1만9000명)에 머물렀다. 올해 정부의 일자리 목표치인 15만 명에 한참 못 미친다. 나랏돈을 아무리 들여도 민간 분야 일자리가 늘지 않는 한 고용을 정상 궤도로 올려놓기 힘들다는 뜻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례적으로 10% 가까이 취업자가 늘고 있는 농림어업 분야를 제외하면 사실상 취업자는 감소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 재정으로 취업자 수를 떠받치는 것은 임시방편”이라고 했다.

○ 실업률 금융위기 이후 최고…고용의 질도 악화


실업률은 4.5%로 전년 동월 대비 0.8%포인트 상승해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이후 가장 높았다. 실업자는 50, 60대에서 주로 늘면서 1월 기준으로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122만4000명을 나타냈다. 정부 관계자는 “통상 2월에 이뤄지던 노인 일자리 사업 신청이 1월에 조기 진행되면서 구직자 수가 늘어나 실업자 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용의 질이 좋아지고 있다는 정부 주장과 달리 1월 고용동향에서는 고용의 질이 악화하고 있다는 징후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통계상 취업 상태지만 일을 더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67만1000명으로 2015년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많았다. 지금의 일자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은 셈이다. 당장은 구직 활동을 하지 않지만 향후 취업 의사가 있는 잠재구직자 수도 186만9000명으로 최대였다. 이런 사람들을 포함한 사실상의 실업률은 13%로 역대 최고였다.

통계청 고용동향 조사에서 ‘그냥 쉬었다’고 답한 사람은 총 214만1000명으로 작년 1월보다 13만3000명 늘어났다. 안정적인 일자리로 통하는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지난해보다 33만8000명 감소해 지난해 12월(―33만4000명)에 비해 감소폭이 커졌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부 교수는 “제조업 업황 부진의 타격이 고용에도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가 공공 일자리보다는 민간 활력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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