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닫힌 지갑… 가계도 ‘불황형 흑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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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흑자규모 2003년이후 최고… 실질소득-소비는 뒷걸음질

올해 1분기(1∼3월) 가계 흑자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벌이보다 씀씀이가 더 움츠러들면서 발생한 ‘불황형 흑자’여서 경제에 긍정적 신호로 볼 수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계청이 27일 내놓은 ‘2016년 1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1분기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액을 뺀 월평균 가계 흑자액은 103만48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만9800원(1.9%) 늘었다. 흑자액 규모는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다. 김보경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처분가능소득 대비 흑자액을 나타내는 흑자율은 1분기에 27.9%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포인트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실질소득과 실질소비는 모두 뒷걸음쳤다.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55만52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8% 증가했지만, 물가상승률을 제외하면 실질소득은 오히려 0.2%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10∼12월)에 이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소득에서 세금 사회보험료 이자비용 등의 비소비성 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370만3600원으로 지난해보다 1.0% 증가했다. 이는 2015년 1분기 증가율(3.0%)의 3분의 1 정도로 줄어든 것이다. 경제가 더디게 성장하면서 근로소득(0.3%) 증가폭이 둔화된 데다 저금리로 이자수입이 줄면서 재산소득(―21.0%)이 크게 감소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경기 부진에 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가계는 지갑을 더욱 굳게 닫았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액 비율, 즉 ‘평균소비성향’은 72.1%로 작년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1분기 기준으로 2003년 통계작성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다. 전체 가계지출은 0.5% 증가했지만 물가상승분을 제외한 실질지출은 0.5% 감소했다. 다만 술과 담배 지출은 가격 인상에 힘입어 22.2% 증가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가처분소득#실질소득#실질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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