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석유 기반 단열재… 이제는 바꿔야 할 때[기고/김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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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범 한국화재감식연구소장
김효범 한국화재감식연구소장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에너지·원자재 공급 불안이 다시 부각되는 가운데, 산업시설 화재까지 잇따르며 건축자재의 안전성과 자원 의존 구조에 대한 경각심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특히 공장과 물류센터에 널리 사용되는 샌드위치패널 구조에서 피해가 반복되면서 단열재 선택 기준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지점에서 하나의 질문이 제기된다. “우리는 왜 여전히 석유 기반 단열재를 사용하고 있는가.”

유기단열재는 벤젠, 에틸렌, 스타이렌 등 원유 정제 과정에서 파생된 탄화수소 계열 원료로 생산된다. 이들 물질은 반도체, 의료용 플라스틱 등 대체가 어려운 산업 전반에 활용되는 핵심 자원이다.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대체 가능한 건축용 단열재에 대량 사용되고 있는 현실은 자원 활용 측면에서도 재고가 필요하다.

문제는 자원에 그치지 않는다. 유기단열재는화재 시 급격히 연소하며 다량의 유독가스를 발생시킨다. 특히 우레탄폼은 연소 과정에서 시안화수소(HCN)를 배출해 인명 피해를 키울 수 있다. 실제 산업단지와 물류센터화재에서도 샌드위치패널 내부 유기단열재가 화염 확산을 가속화하는 사례가 반복됐다.

샌드위치패널 구조는 철판 사이에 단열재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화재 시 내부로 물이 침투하기 어려워 심재 연소가 지속되기 쉽다. 이로 인해 화재 확산과 구조 붕괴 위험이 동시에 커진다. 결국 단열재는 단순한 보온재를 넘어 피해 규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라스울 등 무기단열재의 필요성이 부각된다. 무기단열재는 유리나 암석을 원료로 한 불연 소재로, 화재 시 연소되지 않고 유독가스 발생이 거의 없다. 특히 샌드위치패널과 같은 구조에서는 심재를 불연재로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화염 확산 억제와 인명 피해 저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단열 성능이나 시공성 측면에서 일부 제약이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는 설계와 시공 개선으로 보완 가능한 수준이다. 반면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는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동일 선상 비교는 어렵다.

전환의 출발점은 명확하다. 외단열, 내단열, 샌드위치패널, 배관보온재 등 다양한 단열재 시장 가운데 샌드위치패널은 심재 교체가 즉시 가능한 구조로 기술적·제도적 전환 장벽이 낮은 영역이다. 동시에 화재 시 피해가 가장 크게 확산되는 취약 지점이기도 하다. 가장 위험하면서도 지금 당장 바꿀 수 있는 영역부터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단열재 시장은 약 2조 원 규모로 추산되지만 무기단열재 비중은 약 20%에 그치고 있다. 이제 단열재 선택의 기준은 ‘얼마나 싸고 시공이 쉬운가’가 아니라 ‘얼마나 안전한가, 얼마나 지속 가능한가’로 바뀌어야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 사용되는 단열재가 사고의 규모를 결정짓는다. 이제는 그 선택의 기준을 바꿔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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