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아무나 다 치죠? 테니스는 실력 없으면 못 껴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 동아일보

37년째 테니스코트를 누비고 있는 박장호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60)은 골프와 테니스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테니스가 골프보다 더 배타적인 것 같다’는 질문에 “그게 아니다”며 “골프는 실력과 무관하게 칠 수 있지만, 테니스는 다르다”고 했다. 테니스는 주로 복식이나 혼합복식을 치기 때문에 반드시 실력이 뒷받침돼야 낄 수 있다고 했다. 재벌이든, 어떤 지위와 권력을 가졌든 실력이 없으면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다. 이러한 ‘실력 중심의 문화’가 그를 지금도 채찍질하며 실력을 업그레이드하게 만들고 있다.

박장호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이 서울 용산구 한남 테니스코트에서 포핸드스트로크로 볼을 넘기고 있다. 1990년 테니스를 처음 접한 뒤 37년째 코트를 누비는 박 고문은 최근 레슨을 다시 받으며 아마추어 고수들을 무너뜨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박장호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이 서울 용산구 한남 테니스코트에서 포핸드스트로크로 볼을 넘기고 있다. 1990년 테니스를 처음 접한 뒤 37년째 코트를 누비는 박 고문은 최근 레슨을 다시 받으며 아마추어 고수들을 무너뜨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박 고문은 행정고시 33회에 합격하고 1990년 해운항만청 사무관으로 배정받은 뒤 테니스를 처음 접했다. 당시 부서 과장이 “앞으로는 스포츠의 시대다. 무조건 하나의 스포츠를 선택해 운동해라”라며 테니스를 추천했다. 이 조언을 계기로 테니스의 매력에 빠진 뒤 지금까지 코트를 누비고 있다.

“당시 청사(서울 종로) 뒤에 테니스코트가 있어 쉽게 칠 수 있었죠. 하지만 저는 신참 사무관이라 주로 구경만 했죠. 그러다 군 복무 후 1992년 인천항만청으로 발령받은 뒤부터 본격적으로 테니스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인천항만청 연안부두 청사에도 테니스코트가 있었다. 공무원들과 어울려 쳤다. 레슨은 받지 않았다. 그래서 실력이 고만고만했다. 1994년 국무총리실로 옮겼고, 중앙부처 테니스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박 고문은 “총리실 사람들은 다들 온순하고 신사적이라 대회에 전투적으로 임하지 않는다. 본선도 못 가다 보니 더 좋은 성적을 위해 레슨까지 받으며 열심히 쳤다. 그래도 강호 국세청과 감사원 등에 늘 밀렸다”고 회상했다.

박장호 고문이 서울 용산구 한남 테니스코트에서 라켓과 볼을 들고 카메라 앞에 섰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박장호 고문이 서울 용산구 한남 테니스코트에서 라켓과 볼을 들고 카메라 앞에 섰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박 고문의 테니스 실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계기는 미국 미주리대 연수를 마치고 온 2003년이었다. “보직 대기 중이었을 때 테니스를 많이 쳤어요. 집(서울 서초구 잠원동) 근처 한강공원 코트에 갔는데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 코치가 ‘앞으로 30년 이상 테니스를 치려면 폼을 완전히 고쳐야 한다’고 했죠.” 매일 1시간씩 4개월을 꾸준히 레슨 받았더니 비로소 폼이 안정됐고, ‘테니스 좀 친다’는 소리를 듣게 됐다. 그는 “당시 기초의 중요성과 꾸준함의 가치를 몸으로 느끼게 해준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박 고문이 2007년부터 3년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프랑스 파리 본부에 파견된 시절엔 테니스가 큰 버팀목이 됐다. 언어 장벽과 문화적 이질감, 매일 터지는 크고 작은 사건 사고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그에게, 테니스는 심신 건강의 활력소였다.

“파리 주재 한국대사관 직원과 자주 만났는데 테니스를 잘 치고 좋아했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대사관 직원들과 주말마다 어울렸어요. 당시 대사님도 테니스광이었죠. 지인들끼리 골프도 쳤었는데, 어느 순간 골프장은 안 가고 테니스코트로만 갔죠.”

박장호 고문(뒷줄 왼쪽에서 네 번째)이 테니스 동호인들과 홍콩 교류전에 가서 기념 촬영을 한 모습. 박장호 고문 제공.
박장호 고문(뒷줄 왼쪽에서 네 번째)이 테니스 동호인들과 홍콩 교류전에 가서 기념 촬영을 한 모습. 박장호 고문 제공.
2010년 귀국해서 다시 국무총리실에 근무할 땐 청와대팀과 테니스를 치기도 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김황식 총리가 테니스광이다 보니 다양한 이벤트가 있었다. 박 고문은 “좀 친다는 소문이 나서인지 자주 불려 갔다”고 했다. 2015년을 끝으로 공무원 생활을 그만둔 뒤에도 테니스는 늘 그의 곁에 있었다. 동네 클럽 및 공무원동호회 등 지인들과 주기적으로 어울렸다.

박 고문은 디테크크리에이티브(D-tech Creative)의 부회장도 맡고 있다. 글로벌 패션 및 뷰티 비즈니스 설루션 기업 디테크크리에이티브는 서울 동대문 일대 의류 및 뷰티 상가 7000여 곳 중 100개를 모아 해외 바이어에게 연결해 주고 있다. 동대문 패션 및 K-뷰티의 글로벌 수출을 가속하기 위한 혁신 거점인 ‘디테크 쇼룸 더 서울(Showroom the Seoul)’도 운영하고 있다.

박장호 고문(왼쪽)이 주원홍 대한테니스협회 회장과 카메라 앞에 섰다. 박장호 고문 제공
박장호 고문(왼쪽)이 주원홍 대한테니스협회 회장과 카메라 앞에 섰다. 박장호 고문 제공
디테크 쇼룸 더 서울은 단순히 상품을 전시하는 쇼룸의 기능을 넘어, 동대문의 물리적 인프라에 디지털 플랫폼과 표준화된 운영 체계를 결합한 ‘입체 구조’의 비즈니스 전진기지이자 글로벌 인플루언서들의 놀이공간이다. 디테크크리에이티브는 최근 동대문 시장이 직면한 해외 바이어 감소, 공실률 증가, 디지털 전환 지연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기존의 ‘현장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동대문의 최대 강점인 ‘초고속 클러스터(기획-생산-유통)’ 시스템을 글로벌 시장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표준화된 거래 방식’으로 업그레이드한다는 전략이다.

박 고문은 2024년 주원홍 대한테니스협회 회장(70)이 운영하는 JW클럽에 합류하면서 테니스에 대한 전의를 다시 불태우고 있다. “JW클럽엔 아마추어 고수들이 즐비해요. 저도 좀 친다고 생각했는데 그들과 겨루면서 단 1승도 못 했어요. 그래서 레슨을 다시 받고 있습니다.”

박장호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이 서울 용산구 한남 테니스코트에서 활짝 웃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박장호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이 서울 용산구 한남 테니스코트에서 활짝 웃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박 고문은 서울 용산구 한남 테니스코트에서 국가대표 출신 코치로부터 10개월째 매주 한 번 1시간씩 레슨 받고 있다. 주 2회 이상 2~3시간씩 실전 게임까지 해가며 ‘JW코트 1승’을 목표로 실력을 쌓고 있다. 그는 “한때 1-6, 2-6으로 맥없이 졌지만, 4-6까지는 따라붙었다. 조만간 1승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 고문이 꼽는 테니스의 가치는 건강 관리 그 이상이다. 성격이 긍정적이고 활달하게 바뀌었다. 규칙적인 테니스 치기는 생활 리듬까지 잡아준다. 업무상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그는 “술을 많이 마시면 경기력이 확실히 떨어진다. 그래서 테니스 치기 전날은 꼭 금주한다”고 말했다.

박장호 고문(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서울대 검도부 동문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박장호 고문 제공.
박장호 고문(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서울대 검도부 동문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박장호 고문 제공.
박 고문은 서울대 재학시절엔 검도부로 활약했다. 승패를 넘어 예의를 갖추고 대련 속에서 심신을 단련하는 게 좋았다. 개인 수련을 통해 집중력과 인내심, 침착성을 키울 수 있었다. 고시 공부할 땐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 마음을 검도 수련으로 다잡았다. 대학 졸업한 뒤에도 동문 회원들과 주기적으로 모여 수련한다. 일본 도쿄대와의 검도 교류전에도 꾸준히 참가한다. 검도 공인 4단이다.

“검도와 테니스의 공통점은 3가지입니다. 도구 운동이고, 발동작이 제일 중요하고, 고수가 될수록 부드러워진다는 것이죠. 다른 점은 검도는 개인 운동이라 자기완성을 추구하고, 테니스는 주로 복식을 치기 때문에 파트너와의 호흡이 중요합니다.”

박 고문의 설명처럼 사회에서 만난 테니스는 검도와는 또 다른 묘미를 줬다. 주로 복식을 치다 보니 사교의 장이 됐다. 심신 건강을 챙기는 것은 물론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저에게 테니스를 치라고 조언해 준 과장님께 정말 감사합니다. 테니스 덕분에 단조로울 뻔한 인생이 활기차졌습니다. 지금 매우 건강하고 즐겁습니다.”

박장호 고문(뒷줄 오른쪽에서 첫 번째)이 테니스 동호인들과 홍콩 교류전에 가서 기념 촬영을 한 모습. 박장호 고문 제공.
박장호 고문(뒷줄 오른쪽에서 첫 번째)이 테니스 동호인들과 홍콩 교류전에 가서 기념 촬영을 한 모습. 박장호 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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