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 막는 방음벽, 주민들이 “없애달라” 요구하는 이유는[부동산 빨간펜]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6월 12일 00시 30분


5층 이하는 ‘실외 소음’이 기준
높이 10m 넘고 수백 m 길이
“보행 가로막고 미관 해쳐” 불만
“입주자 수요 따라 설치” 목소리도

지난해 11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이문아이파크자이. 방음벽 기초 역할을 하는 검은색 H빔이 4층 높이로 솟아 있어 그 아래로 보행자들이 걸어다녀야 한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지난해 11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이문아이파크자이. 방음벽 기초 역할을 하는 검은색 H빔이 4층 높이로 솟아 있어 그 아래로 보행자들이 걸어다녀야 한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길을 다니다 보면 대로변에 위치한 아파트를 거대한 방음벽이 둘러싸고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소음 기준에 따라 아파트 입주민들의 주거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하는 구조물이죠. 하지만 정작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위압감이 크고 미관을 해친다는 불만도 많습니다. 이번 부동산 빨간펜에서는 ‘아파트 방음벽’에 대해 들여다봅니다.

Q. 방음벽은 어떤 기준으로 설치하고 있나요?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아파트를 짓는 지점의 소음도는 65dB(데시벨) 미만이어야 합니다. 65dB은 생활 속에서 큰 소리로 대화하거나 진공청소기를 작동할 때 소음과 유사한 수준입니다. 소음도가 65dB을 넘는다면 방음벽이나 소음막이숲(방음림), 방음둑 등 방음시설을 설치해 소음을 낮춰야 합니다.

이때 중요한 점은 소음 기준이 아파트 층수에 따라 다르다는 것입니다. 6층 이상이라면 각 가구에 설치된 모든 창호(窓戶)를 닫은 상태에서 거실에서 측정하는 실내 소음을 기준으로 합니다. 하지만 5층 이하라면 창호를 모두 열었을 때 들어오는 실외 소음을 기준으로 합니다. 실외 소음은 충족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보니 방음벽 설치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대지 면적이 30만 m²를 넘으면 소음 기준이 더 까다로워집니다. 모든 층에서 실외 소음을 기준으로 측정하기 때문입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등 대형 정비사업 단지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주도하는 공공택지 상당수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재건축 단지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예시로 살펴보겠습니다. 서울시 환경영향평가시스템에 따르면 재건축 후 은마아파트 남측 남부순환로변과 동측 삼성로변 일부 주거동과 어린이집 등 교육시설에서 실외 소음도 기준치를 초과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 경우 단지 외곽 총 405m 구간에 높이 7∼12m 흡음형 방음벽을 설치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Q. 방음벽 설치를 주민들이 반대하는 경우도 있나요? 왜 반대하는 건가요?

“서울 영등포구에 따르면 관내 재건축 단지인 양평동1가 신동아아파트나 신길역세권 재개발 현장은 기준 충족을 위해 최대 아파트 7층 높이에 해당하는 높이 13.5∼19.5m 방음벽을 설치해야 합니다. 영등포구는 도시 경관이 훼손되고 보행 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고 보고 주민 4500명 명의로 서울시에 제도 개선을 요청했습니다.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지난해 3월 장위4구역을 재개발해 입주한 성북구 장위동 장위자이레디언트(2840채)는 한천로변에 500m 길이 방음벽을 설치했습니다. 맞은편 장위6구역 재개발 단지인 푸르지오라디우스파크(1637채)도 같은 길이로 방음벽을 지을 예정입니다. 두 단지를 관통하는 한천로 일부 구간은 사실상 방음터널이 되는 셈입니다. 기효성 한아도시연구소 공동대표(가천대 도시공학과 겸임교수)는 “방음벽이 길게 설치되면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고 피하려 해 도시계획적으로 ‘죽은 길’이 된다”고 지적합니다.”

Q. 요즘 들어 방음벽이 더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꼭 그렇게 많이 설치해야 하는 건가요? 다른 방법으로 소음을 막을 수는 없는 건가요?

“과거와 달리 서울 등 도심에서는 아파트를 지을 땅 여유분이 줄었습니다. 여기에 공사비 인상 등으로 사업성이 저하되면서 도로변에 가까운 땅까지 택지로 촘촘하게 활용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만큼 소음 기준을 벗어나는 집이 많아지다 보니 방음벽 설치도 늘어나는 거죠.

서울시는 방음벽 설치가 불가피하다면 조망 및 채광 확보를 위해 투명 방음벽을 설치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높이는 지면에서부터 기초부를 포함해 6m를 넘지 않도록 하며 소음을 더 낮춰야 한다면 도로 속도 제한이나 방음림, 소음막이숲 조성 등을 병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도로변 주택 건설이 불가피하다면 방음벽 설치 기준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특히 창호 성능이 크게 향상돼 외부 소음을 잘 차단하는데도 소음 기준은 2008년 이후 큰 변화가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죠.

지역 특성과 입주자 수요를 고려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방음벽은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 인근 단지에만 제한적으로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한강과 같이 도시 경관을 창출할 필요가 있는 곳에서는 입주자 수요를 고려해 방음벽 설치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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