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전환의 위기 가중하는 노동관련법[기고/김대환]

  • 동아일보

김대환 인하대 명예교수(전 노동부 장관)
김대환 인하대 명예교수(전 노동부 장관)
현재 한국은 구조적 복합전환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탈중국, 블록화)과 제4차 산업혁명의 진전으로 사회경제 전반의 판이 바뀌고 있다. 인공지능(AI) 및 친환경 산업으로의 구조 전환, 이에 따른 고용의 양과 질의 변화도 불가피해지고 있다. 문자 그대로 복합적이고도 구조적인 전환 국면이다.

필자는 복합전환 위기의 핵심을 일자리 구조의 변화로 파악한다. 단순 반복적이거나 중간 숙련의 일자리는 사라지고 고숙련·기술 중심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 구조의 변화는 중장년층의 고용 불안과 청년층의 취업난을 동시에 발생시킨다. 앞으로 로봇과 AI가 인간에게 얼마만큼의 일자리를 남겨줄 것인가 하는 우려는 단순히 고용 감소 차원이 아니라 일자리 재편에 따른 민생 전반의 위기에 대한 우려다.

이러한 시기에 노동조합법 2조와 3조를 개정한 이른바 ‘노란봉투법’의 시행은 우리 노동시장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복합전환에 위기적 요소를 더한다.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한 개정된 2조는 계약관계로서의 노사관계 기본 틀을 뛰어넘는 지각변동인데, 그 근거는 극소수 재벌급 대기업 관련 판례에 불과하다. 이를 일반화해 법으로 강제한 것은 미국의 ‘공동 사용자 법리(joint employer doctrine)’마저 추월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공동)사용자의 기준을 완화하려는 시도가 저지된 반면에 한국에선 모호하고도 광범위하게 사용자의 개념이 확대된 것이다. 하청과의 교섭 의무화는 산업현장에 혼란을 야기하고 궁극적으로는 산업전환에 역행하는 힘으로 작동할 것이다. 교섭단위에서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를 분리하는 시행령은 양극화 개선이라는 법 개정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상급단체별 교섭단위 분리는 상투적인 변명에도 불구하고 노조의 기득권에는 아무런 변동이 없을 것임을 말해준다.

개정된 3조는 노조의 파업 대상은 거의 무한대로 확대한 반면에 사용자의 손배소는 대폭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비례성의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노사 대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더 나아가서는 기본권으로서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적 요소마저 있다고 지적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법은 찾아볼 수 없다. 문제는 이러한 비대칭이 (불법)파업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지기 십상이라는 사실이다. 노동전환은 물론이고 산업전환에 저항하는 파업은 복합전환의 최대 위기요인이 될 수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나 ‘근로자 추정제’ 역시 노동권 보호라는 취지와 기업 활동의 안정성 사이에 갈등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노조법 개정처럼 법제화를 서두를 것이 아니라, 실태조사부터 실시하고 비례보호의 원칙에 입각해 세밀하게 제도 설계를 하고 볼 일이다. 노동 3권으로 직결되는 근로자와는 다른 제3의 유형으로 이들을 다루는 사고의 유연성을 발휘해 줄 것도 주문한다.

#복합전환#일자리 구조#고용 불안#청년 취업난#노란봉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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