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K뷰티 열풍’… 한국증시 빨갛게 물들였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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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株 1년새 178% 올라… “중국 수요 늘어 내수 아닌 수출주”
화장품회사 인수한 코스닥업체들 마스크팩 등 히트하며 주가 신기록
일각 “과열우려”속 상승지속 전망도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골판지 제조업체 산성앨엔에스는 2010년만 해도 매출 규모 395억 원에 적자를 내는 회사였다. 하지만 2011년 피부과 의사들이 만든 화장품회사 ‘리더스코스메틱’을 인수한 뒤 180도 달라졌다.

주력상품으로 내세운 ‘리더스 마스크팩’이 중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더니 중국 현지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며 대박을 친 것이다. 이 덕분에 이 회사는 화장품시장에 뛰어든 지 3년 만인 지난해 매출 1200억 원, 영업이익 220억 원을 올렸다. 영업이익이 전년도보다 무려 950% 급성장한 것이다. 작년 말 2만3850원이던 주가도 현재 9만8200원으로 올 들어 310%나 뛰었다.

중국발 ‘K-뷰티 열풍’이 한국 증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화장품 대기업들은 연일 주가 신기록을 새로 쓰고 있고, 사양길에 접어들었던 중소 제조업체들은 화장품회사로 탈바꿈해 코스닥 상승 랠리를 이끌고 있다.

○ 화장품 대장주들, 연일 신기록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의 ‘황제주’ 아모레퍼시픽은 전날 장중 403만 원까지 치솟으며 400만 원을 돌파했다. 1분기(1∼3월)에 깜짝 실적을 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2월 24일 장중 300만 원을 뛰어넘은 지 두 달 만에 주가가 100만 원이나 올랐다.

SK텔레콤이 2000년 3월 액면분할을 앞두고 종가 481만5000원을 기록한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장중이지만 400만 원을 찍은 종목이 나온 것이다. 다만 전날에 이어 21일에도 투자자들이 차익매물을 내놓으면서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0.54% 떨어진 388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래도 시가총액은 포스코, 네이버를 제치고 6위를 지켰다.

LG생활건강은 이날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은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도 90만 원을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LG생활건강은 “1분기 영업이익이 1785억 원으로 분기 실적으로 사상 최대였다”며 “특히 중국 수요에 힘입어 화장품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1000억 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김영옥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중국을 중심으로 국내 화장품업체의 수출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100% 급증했다”며 “중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중국 현지 수요가 함께 늘면서 화장품업종은 이제 내수주가 아닌 수출주가 됐다”고 설명했다.

○ “실적-브랜드 따른 선별 투자 필요”

코스닥시장에서는 화장품업체로 변신해 ‘뷰티 한류’에 새롭게 올라탄 업체들이 고속질주하고 있다. 상하수도용 관을 생산하던 한국주철관은 화장품회사 엔프라니를 인수한 뒤 일명 ‘돼지코팩’이 중국에서 히트해 작년 말 5000원이던 주가가 현재 1만9000원대로 280% 이상 급등했다.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 제조업체였던 코스온은 2013년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업체로 업종을 변경해 아모레퍼시픽 등에 납품하면서 ‘제2의 한국콜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만 주가가 180% 이상 뛰었다.

KTB투자증권과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24개 화장품업체의 주가는 20일 기준으로 최근 1년간 178.58% 급등했다. 연초 이후 상승률도 69.41%나 된다. 다른 업종을 압도하는 성적이다.

이에 따라 화장품 주가가 과열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대장주인 아모레퍼시픽이 액면분할을 위해 매매거래가 중단되는 22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화장품업종에 쏠렸던 관심이 다른 업종으로 옮겨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급증하는 중국 수요에 힘입어 상승세가 지속된다는 관측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노무라증권과 KDB대우증권은 아모레퍼시픽의 목표 주가를 각각 500만 원, 54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김영옥 연구원은 “중국의 도시화 진행률이나 중산층 소득 증가 속도를 보면 5, 6년간은 화장품을 비롯한 생활용품 소비가 크게 늘 것”이라며 “절대적으로는 비싸 보이지만 상대적으로 이만한 매력을 가진 업종이 없다”고 말했다. 박종대 하나대투증권 소비재팀장은 “최근 화장품 원료업체를 중심으로 한 중소형주들은 다소 과열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기업 실적과 브랜드에 따라 양극화가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선별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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