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르노 ‘대서양 동맹’, 中 전기차 공세 맞선다

  • 동아일보

中제조사, 관세장벽 우회 급성장에
포드-르노, 유럽용 공동개발 제휴
첫 합작 전기차 2028년 출시 예정
“기술공유-위탁생산, 비용 줄일 것”

중국산 저가 전기차의 시장 잠식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포드와 프랑스 르노가 ‘대서양 동맹’을 구축했다. 두 회사는 기술 공유와 위탁 생산으로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협력을 “생존을 위한 필수 선택”이라며 유럽 시장에서의 경쟁력 회복을 강조했다.

● 르노 플랫폼 기반 포드 신차, 2028년 출시

9일(현지 시간) 포드와 르노그룹은 유럽 시장용 소형 전기차 및 상용 밴 공동 개발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르노 전기차 자회사 ‘암페어’의 플랫폼을 포드가 공유받아 신차를 설계하고, 프랑스 북부 르노의 일렉트리시티 생산 허브에서 위탁 생산한다. 이로써 포드는 개발 기간 단축과 설비 투자 절감을, 르노는 공장 가동률 향상을 통한 고정비 절감 효과를 기대한다. 양사의 첫 합작 전기차는 2028년 초 출시 예정이다.

이번 협력은 유럽 시장 내 중국 업체들의 급성장에 대한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그룹 CEO는 “중국 업체들의 진입 속도를 고려할 때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독일 자를루이 공장 폐쇄와 대규모 감원에 나선 포드 역시 독자 투자보다 검증된 파트너와의 협력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 관세 장벽 우회하는 中

서구권 완성차 업계가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유럽연합(EU)의 고율 관세에도 꺾이지 않는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성장세가 있다. EU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7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기존 10%에 최대 3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지만, 중국 제조사들은 이를 유연하게 우회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유럽 업체 대비 20∼30% 낮은 제조 원가로 관세 부담 후에도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순수 전기차(BEV) 대신 관세율이 낮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판매를 확대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중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필립 후초이스 상무이사는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EU 관세가 순수 전기차에만 집중된 허점을 중국이 파고들었다”고 지적했다.

● 고전하는 레거시 브랜드들 ‘합종연횡’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와 중국승용차연석회의(CPCA)에서 나온 데이터는 최근 유럽 자동차 시장의 판도 변화를 명확히 보여준다. 상하이자동차(SAIC)는 올해 1∼10월 유럽에서 전년 대비 26.6% 증가한 25만250대를 판매해 닛산(같은 기간 24만9668대)을 제쳤다. 비야디(BYD)는 285% 성장으로 13만8000여 대를 판매한 반면 도요타그룹(―6.4%), 스텔란티스(―4.7%), 현대차그룹(―2.8%) 등 기존 브랜드는 유럽에서 마이너스 성장에 머물렀다.

올해 11월까지 중국의 승용차 해외 수출이 515만 대를 넘어서는 등 중국 자동차의 해외 진출이 가속화되자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선 ‘적과의 동침’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 혼다·닛산·미쓰비시가 전략적 동맹으로 소프트웨어와 부품 공용화에 나섰고, 폭스바겐은 미국 리비안과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경쟁사들의 연합 전선 구축은 현대차그룹 등 국내 업계에 ‘샌드위치 위기’를 심화시켜 독자 생존을 넘어선 전략적 파트너십과 원가 혁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차학과 교수는 “중국산 저가 공세에 맞서려면 인건비 효율이 높은 글로벌 생산 거점 확대와 현지 시장 맞춤형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며 “경쟁사 간에도 생산 시설을 과감히 공유해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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