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선의 투자터치]비가 오면 우산 쓰고, 비가 개면 접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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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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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격언 - 주식투자는 적응의 게임이다]

전문가도 잡기 힘든 매수 시점… 하락땐 늦추고, 상승땐 당겨야
예측과 달리 주가 움직일때 고집만 피우다간 ‘쪽박 신세’

한 주식 투자자가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주식을 사면 거의 상투였고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고 판단해서 주식을 팔면 거의 바닥이어서 늘 재미를 보지 못했다. 증권계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을 부지런히 찾아다니며 투자설명회도 듣고 전망자료도 참고하며 전문가들의 조언대로 투자를 해도 결과는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이 투자자는 마지막 수단으로 점쟁이를 찾아갔다. 투자자는 “내가 10년 이상 주식 투자를 해왔는데 늘 손해만 보고 있으니 내 사주팔자가 주식하고는 인연이 없는 건지 좀 봐주시오. 그리고 어떤 주식을 사면 좋을지 한두 개 찍어 주시오. 기아차 주식을 1만 원 초반에 손해 보고 팔았는데 지금 3만 원이 훨씬 넘어가고 있고 삼성전기 주식도 3만 원대에 손절매를 했는데 14만 원이 넘어가고 있으니 미칠 지경이라오”라고 하소연했다. 그러자 점쟁이는 갑자기 투자자의 손을 덥석 잡고 외쳤다. “아니, 그런 천덕꾸러기 주식들의 주가가 그렇게 많이 올랐단 말이오? 그렇다면 내가 3년 전쯤에 사놓은 몇몇 건설주들의 주가도 많이 올랐겠네요. 나도 주식 때문에 하도 고생을 해서 한동안 신경을 안 쓰고 있었는데….”(알다시피 최근 건설경기 불황으로 건설주들의 주가는 형편없이 떨어진 상태다.)

주가의 움직임을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주가는 기업들의 내재가치만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시중자금 동향, 증시수급, 해외변수, 그리고 투자심리 등 숱한 변수들이 얽히고설켜서 움직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정확히 예측하기가 힘들다.

일반인들은 증권 전문가라면 도사처럼 주가를 맞힐 것이라고 착각을 하는 때가 많은데 전문가들이 주가를 제대로 맞히는 확률도 50% 남짓일 것이다. 전문가들은 증시의 여러 가지 주변 정황을 분석해서 투자자들이 참고하라고 의견을 내는 것이지 족집게처럼 맞히겠다는 것은 아니다. 결국 누구라도 주가에 대해 많은 예측을 하다 보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고 해서 주가를 예측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불필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주가는 궁극적으로 한 나라의 경제 상황과 해당 기업의 내재가치를 반영하면서 움직이기 때문에 거시경제 흐름, 산업 분석, 기업 내재가치 분석 등을 정확히 할 수 있다면 주가 예측에서의 확률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주가가 그런 정보들을 미리 반영하는 시차 계산이라든지,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 분석이라든지 하는 것까지 정확히 파악하기 힘드니까 오류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투자자들은 주가의 예측에만 지나치게 신경을 쓰다가 자신의 예측과 주가의 움직임이 다르게 나타나면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른다. 그러한 시장의 흐름을 부정하고 ‘시장이 잘못되었다’고 하면서 증시 변수들을 ‘아전인수’ 격으로 왜곡해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올바른 투자 자세인가. 간단하다. 시장의 변화에 빨리 적응하는 것이다. 자신의 예측과 달리 주가가 움직이면 왜 그렇게 되었는가를 한번 따져보고 시장의 흐름에 따라 적응을 해나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외국인투자가의 매도세가 멈출 것으로 예상했는데 매도세가 지속되면서 주가가 내리면 그러한 상황을 인정하고 그에 따라 매수시점을 늦춰 잡으면 되는 것이고 시중 부동자금의 증시 유입을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는데 돈이 물밀듯이 들어오며 주가가 뜨기 시작하면 매수시점을 앞당겨 잡으면 되는 것이다.

내일 날씨가 맑을 것으로 예측하고 외출을 준비했다가 예측과 달리 비가 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자신의 예측이 틀린 것을 한탄하며 집에 있어야 하는가, 아니면 자신의 예측대로 날씨가 맑아지기를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가? 아니다.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외출하면 된다.

그런데 투자자들 중에는 상황 변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주가가 어떻게 될 것이라고 나름대로 예측했다가 자신의 예측과 다르게 주가가 움직이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 자신의 고집만 세우는 것이다.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날이 맑으면 우산을 접으면 된다. 주식투자를 ‘예측의 게임’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적응의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지 금방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박용선 SK증권 리서치센터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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