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난 확장되고 싶다” 웹 공간 활보하는 아바타 등장한다면…

  • Array
  • 입력 2010년 2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현재 수천억 원 규모 ‘아바타 시장’
가상공간 이동 프로그램 통해
10배 이상으로 확대될 가능성

아바타는 내가 조종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나의 분신이다. 웹 페이지 간에 자유롭게 아바타를 이동시킬 수 있는 기술이 등장하면 사람들이 아바타를 꾸미는 데 더 많은 돈을 쓸 것으로 전망된다. DBR 사진
아바타는 내가 조종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나의 분신이다. 웹 페이지 간에 자유롭게 아바타를 이동시킬 수 있는 기술이 등장하면 사람들이 아바타를 꾸미는 데 더 많은 돈을 쓸 것으로 전망된다. DBR 사진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욕구와 함께 현재의 정체성에서 벗어나고 싶은 모순된 욕망을 동시에 갖고 있다. 정보기술(IT) 회사 린든랩의 창업자이자 천재 과학자인 필립 로즈데일 씨는 이런 욕망을 간파해 2003년 ‘세컨드 라이프’라는 온라인 3차원 가상 세계를 창조했다. 사용자들은 이 가상공간에서 가상의 신체인 ‘아바타’를 입고 자신이 꿈꾸는 모든 일을 하며 현실 세계와는 다른 두 번째 삶을 살 수 있다.

이 서비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미국인 학생들과 직장인들이 일과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 세컨드 라이프의 주민이 될 수 있는 시간만 손꼽아 기다릴 정도로 큰 신드롬을 일으켰다. 하지만 실제 비즈니스 관점에서의 성과는 미미하다. 현재 세컨드 라이프에 등록된 가입자는 전 세계적으로 1300만 명 정도. 이 중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가입자는 수십만 명에 불과하다.

세컨드 라이프가 대중적 욕망을 정확히 포착한 비즈니스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아직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3차원 사이버 공간과 아바타만 없을 뿐, 사람들은 이미 수많은 온라인 게시판과 채팅방을 통해 세컨드 라이프에서 해소하고자 하는 갈증을 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즈데일이 현재 IBM과 함께 준비하는 ‘가상공간 이동 프로그램’이 등장한다면, 세컨드 라이프는 다시 한 번 세상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세컨드 라이프 공간에서만 활보할 수 있던 아바타가 앞으로는 웹 페이지와 웹 페이지 사이를 이동하며 인터넷 공간을 활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활동 반경이 넓어진 새로운 아바타는 신(新)시장을 창출하는 근사한 비즈니스 모델의 주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사람들이 게임이나 특정 인터넷 공간에서 사용하는 ‘나의 아바타’에 옷을 입히고 아이템을 추가하고 근사하게 꾸미는 데 소비하는 돈은 수천억 원에 이른다. 그런데 웹 공간을 마구 활보하는 아바타가 등장하면 이 시장은 10배 이상 커질 수 있다.

이 비즈니스 모델이 크게 성공할 것이라 전망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자신과 늘 함께할 수 있다면 아바타를 ‘확장된 자아’로 손쉽게 인식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고 눈이나 피부 등으로 감지할 수 있으면 자신의 일부라고 인식한다.

신경과학자들이 흥미로운 실험을 한 적이 있다. 피험자에게 투명한 상자 속으로 손을 집어넣게 한다. 그러나 상자 안으로 보이는 손은 어설프고 둔탁한 마네킹 손이다(피험자의 손은 상자 아래 부분에 위치한다. 그리고 피험자들도 그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다). 그 뒤 실험자가 붓으로 마네킹의 손을 살살 간질인다. 피험자가 그 상황을 보고 있는 동안 실험자는 상자 아래쪽에 있는 피험자의 실제 손도 붓으로 간질인다. 바로 이때 갑자기 마네킹 손에 전기 충격을 가하면, 피험자는 순간 자신의 손을 상자에서 빼려고 한다. 그 마네킹 손이 자신의 손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자아라는 개념은 이처럼 매우 쉽게 확장될 수 있다. 아바타는 아주 자연스러운 ‘확장된 자아’다. 내가 통제할 수 있고 내가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아바타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온라인에서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다. 이제 온라인쇼핑몰이 유혹해야 할 대상은 ‘우리들의 아바타’다.

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jsjeong@kaist.ac.kr

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아바타는 내가 조종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나의 분신이다. 웹 페이지 간에 자유롭게 아바타를 이동시킬 수 있는 기술이 등장하면 사람들이 아바타를 꾸미는 데 더 많은 돈을 쓸 것으로 전망된다. DBR 사진
아바타는 내가 조종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나의 분신이다. 웹 페이지 간에 자유롭게 아바타를 이동시킬 수 있는 기술이 등장하면 사람들이 아바타를 꾸미는 데 더 많은 돈을 쓸 것으로 전망된다. DBR 사진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2호(2010년 3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 ▼Harvard Business Review/“주주보다 고객”…고객 자본주의 시대가 왔다
현대 자본주의는 ‘전문 경영인’을 앞세운 ‘관리 자본주의’ 시대와 주주 가치 극대화를 기업의 최우선 목표로 삼는 ‘주주 가치 자본주의’ 시대로 양분할 수 있다. 캐나다 토론토대 로저 마틴 교수는 관리 자본주의 시대(1933∼1976년)와 주주 가치 자본주의 시대(1977∼2008년) S&P500 기업의 주가 상승률을 각각 분석했다. 그 결과 주주 가치 자본주의 시대 기업들의 주주들이 얻은 연평균 실질 수익률이 관리 자본주의 시대 기업 주주들이 얻은 수익률보다 오히려 하락했다. 주주 가치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주주 가치가 아니라 고객 만족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P&G처럼 고객 가치 극대화를 우선한 기업이 GE나 코카콜라처럼 주주 가치 극대화를 앞세운 기업보다 오히려 주주들에게 더 큰 이익을 안겨줬다.

▼ ▼High-Tech Marketing Solution/B2B 기업도 브랜드로 도약하라
소비재 시장에서처럼 B2B 기업에서도 브랜드 가치가 중요할까? 미국의 브랜드 컨설팅 기업인 코어브랜드가 16년간 450여 개 기업을 연구한 결과 B2B 시장에서 기업 브랜드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평균 7%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인의 통념과 달리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지 않는 B2B 시장에서도 브랜드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는 뜻이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가 B2B 브랜드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설명했다.

▼ ▼사기(史記)의 리더십/톱니바퀴 같은 시스템, 제국을 이끌다
진시황은 거대한 제국을 통치하기 위해 조직을 일사불란하게 작동시키는 완벽한 시스템 구축에 몰두했다. 화폐, 도량형, 문자를 비롯해 각종 문물제도를 규격화하고 행정체제와 도로망을 정비했다. 진시황은 시스템 전문가였지만 동시에 시스템 맹신자이기도 했다.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해 놓으면 그 시스템 안에서 인간은 절로 움직일 거라고 확신했다. 그는 자신 외에 어떤 인간도 믿지 못했고, 그에 따라 통일 제국의 모든 시스템을 스스로 창안하거나 다듬으려 했다. 이는 곧 시스템 오작동에 따른 모든 책임도 그 자신이 져야 하다는 의미였다. 시스템의 전문가이자 시스템 맹신자였던 진시황의 리더십을 소개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