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8주년]강철 코리아… 새로 지핀 ‘魂불’

  • 입력 2008년 4월 1일 02시 53분


오늘 포스코 설립 40돌 특유의 정신력 재무장

최첨단 ‘파이넥스 공법’제조원가 15%나 줄여

《포스코 창립 40주년(4월 1일)이 눈앞에 다가온 지난달 하순 경북 포항시 괴동동 포스코 포항제철소.

‘자원은 유한,창의는 무한’이라는 구호가 적힌 정문을 지나 해안도로를 따라가니 우주선 발사대 같은 특이한 철강 구조물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에 있는 다른 공장과 달리 굴뚝이 없어 제철소를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행한 포스코 관계자에게 “무슨 시설이냐”고 묻자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쇳물을 만드는 공장이라는 것이었다.

전 세계에서 환경 오염물질을 가장 적게 배출하는 최첨단 쇳물공장이라는 말과 함께.

그는 자랑스럽게 설명을 이어갔다.

“굴뚝이 없어 이상하시죠,최첨단 설비인 ‘파이넥스’여서 그렇습니다.세계 철강 역사를 다시 쓴 ‘작품’이에요.”》

1968년4월1일 포항제철로 출발해 한국 경제발전사의 한 획을 그은 포스코. 이 회사는 최근 세계 철강업계에 부는 글로벌 인수합병(M&A) 바람과, 낮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등 개발도상국 제철업체의 생산량 확대에 따른 공급 과잉으로 적지 않은 부담을 안고 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포스코가 아니다. ‘작품’이라고 부를 정도로 애착을 갖는 파이넥스 공법과 적극적인 해외 진출 등으로 난관을 극복해가고 있다. 창립 초기 포항제철소 건립이 실패하면 동해 바다로 뛰어든다는 각오를 일컫는 ‘우향우(右向右) 정신’은 지금도 ‘다시 뛰는 포스코’의 DNA가 되고 있다.

○ 기술력으로 재도약

포스코는 뒤처진 생산 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기술 개발로 승부를 걸었다. 지난해 5월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파이넥스 공법이 대표적인 사례.

파이넥스 공법은 기존 용광로의 6단계 공정을 4단계로 줄여 이런 단점을 한꺼번에 해소했다. 철광석이나 유연탄 등 원료를 별도 공장에서 가공해 사용하는 용광로 공법과 달리 광산에서 채취한 부스러기 형태의 철광석과 유연탄을 바로 사용한다.

덕분에 파이넥스 설비의 투자비와 철강 제조원가는 같은 규모의 용광로 설비에 비해 각각 20%와 15% 줄었다. 5%가량의 가격 차를 놓고 세계 철강업계가 ‘피 튀기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파이넥스가 얼마나 가격경쟁력이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공정이 줄어들면서 환경 오염물질이 획기적으로 감소한 것도 장점이다. 같은 규모 용광로에 비하면 질소산화물은 1%, 황산화물은 3%, 비산먼지는 28% 수준으로 줄었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파이넥스 공장은 포스코의 경쟁력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남보다 더 빠르게 기술을 개발하고 모방할 수 없는 일등 제품을 만드는 ‘기술의 포스코’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 글로벌화가 살 길

‘쇳물을 만드는 제강은 원료가 있는 광산 근처에서, 제품 생산은 시장 근처에서.’

포스코가 2000년대 들어 추진하는 글로벌 전략의 키워드이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지속적인 경쟁력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중국, 인도, 베트남 등 전략 시장에 대한 집중 투자로 총조강생산량 5000만 t 체제를 갖춘 ‘글로벌 빅3’로 자리잡겠다는 전략이다.

포스코가 인도 동북부 오리사 주에서 추진하고 있는 일관제철소가 대표적인 사례. 포스코는 2010년까지 1단계 사업으로 슬래브 150만 t, 열연코일 250만 t 등 연산(年産) 400만 t 규모로 공장을 짓고, 최종적으로 생산 규모를 1200만t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들어가는 돈이 120억 달러에 이른다.

베트남 진출도 활발하다. 2006년 11월부터 베트남 최대 철강 수요 지역이자 경제 중심지인 호찌민 인근에 연산 150만 t 규모의 냉연공장과 연산 300만 t 규모의 열연공장을 단계적으로 짓고 있다. 최근에는 일관제철소 건설을 위해 타당성 조사도 벌이고 있다.

최근 일각에서 인도 및 베트남 제철소 사업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 이구택 회장은 “인도와 베트남 제철소 모두 올해 중에 다 잘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포스코는 두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총조강생산량이 연간 5000만 t으로 늘어나 세계 유수 철강업체들과의 경쟁에서도 비교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정신 재무장-사업 다각화로 활로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포항제철소를 처음 지을 때 “제철소 건설이 실패하면 우리는 모두 ‘우향우’해서 동해 바다에 몸을 던져야 한다”고 독려하며 일관제철소 건립을 이뤄냈다.

포스코는 최근 악화된 시장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우향우’로 대변되는 ‘포스코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회사 설립 때의 마음가짐만 가지면 어떤 난관도 극복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사업 다각화도 난관 극복을 위한 방책으로 활용되고 있다. 철강사업 하나만으로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포스코의 계열사는 포스코파워, 포스코건설, 포스틸 등 모두 20개. 사업 분야는 특수강 등 철강 관련 분야 외에도 건설, 발전, 정보통신 등 다양하다. 특히 발전설비와 미래 에너지 분야를 담당하는 포스코파워는 포스코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포항=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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