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신차 ‘XC90 V8’ 테스트 현장을 가다

  • 입력 2005년 2월 14일 17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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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길을 주행할 때는 차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도로 여건에 맞는 운전 요령을 미리 숙지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빙판길에 강한 4륜구동형 차량이라고 해도 제동 거리는 2륜구동형 자동차와 비슷하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핀란드 이발로 시의 테스트 트랙을 돌고 있는 볼보자동차의 ‘XC90 V8’. 사진 제공 볼보자동차
빙판길을 주행할 때는 차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도로 여건에 맞는 운전 요령을 미리 숙지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빙판길에 강한 4륜구동형 차량이라고 해도 제동 거리는 2륜구동형 자동차와 비슷하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핀란드 이발로 시의 테스트 트랙을 돌고 있는 볼보자동차의 ‘XC90 V8’. 사진 제공 볼보자동차
북극에서 비행기로 불과 2시간 거리인 핀란드 최북단 이발로 시(市). 이곳의 자연은 따뜻한 모성(母性)보다는 엄한 맹부(猛父)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설원(雪原)과 살을 에는 칼바람은 인간의 의지를 극한으로 밀어붙였다.

이곳에서 지난달 26∼28일 볼보자동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XC90 V8’의 신차발표회 겸 테스트 드라이브가 열렸다. 장소는 9만여 평의 대지에 33개의 코스를 갖춘 ‘테스트월드 멜라트랙’.

볼보가 이곳을 택한 이유는 북유럽의 강인한 혈통을 이어받은 자사(自社) 차량을 최악의 조건에서 선보이겠다는 자신감 때문. 하지만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테스트 코스는 한 치의 부주의도 허락하지 않았다.

▽극한의 테스트 코스=XC90 V8은 기존 XC90에 4400cc 8기통 엔진을 얹었다. 볼보가 1927년 창립 이래 처음 내놓는 3000cc급 이상 차량이다. 상시(常時) 4륜 구동형으로 최고 출력은 315마력, 최대 토크는 44.9kg·m,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은 7.4초에 불과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 차는 4월 말 한국에 도입된다.

우선 ‘핸들링 트랙’에 들어섰다. 구불구불한 커브를 돌면서 핸들링을 시험하고 운전자의 코너링 테크닉을 익히는 곳이다.

자신 있게 가속페달을 밟았다. 그러나 100m를 넘기지 못한 채 트랙 밖으로 빠져 나가 견인트럭을 불러야 했다. 원심력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코너링의 기본 원칙은 ‘아웃-인-아웃(Out-In-Out)’. 이는 차를 최대한 직선으로 주행하게끔 해 원심력을 줄이는 주행기법이다.

요약하자면 차량 위치를 커브에 진입할 때는 가장 바깥으로, 커브를 돌때는 가장 안쪽에, 빠져 나올 때는 다시 바깥으로 모는 것이다.

다음 코스는 ‘아이스·스노 서클’. 얼음과 눈으로 덮인 원형 트랙을 도는 것이다. 주의할 점은 차의 앞이나 뒷부분이 바깥으로 밀려나면서 제자리에서 도는 것을 방지하는 것.

왼쪽으로 돌 경우 차의 후미가 밖으로 밀려나면서 중심을 잃으면 보통 운전자들은 핸들을 더욱 왼쪽으로 꺾게 된다. 하지만 이때는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려 차가 미끄러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가속페달은 약하게나마 계속 밟아주는 게 좋다. 바퀴의 구동력이 없어지면 차량 제어가 안 되기 때문.

3번째 코스는 ‘직선 주로’. 가속력과 브레이크 성능, 기법을 시험하는 차례다. 도로에서 갑자기 결빙구간이 나타났을 때 브레이크를 최대한 밟은 채 핸들을 꺾기 마련이다. 그러나 능숙한 운전자는 핸들을 그대로 둔 채 브레이크를 가볍게 여러 번 밟아준다. 차가 중심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볼보자동차 역학연구소의 기술담당 매니저인 라르스 마르크스퇴름 씨는 “4륜 구동 자동차라고 해도 빙판에서의 제동거리는 이륜구동 차량과 같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운전 실력 높여주는 첨단장치=자기가 모는 차의 특성을 잘 숙지하는 것도 위급한 순간에 큰 도움이 된다. 뒷바퀴 굴림형 차량은 코너에서 뒷부분이 바깥으로 빠져 나가려는 성질이 강한 반면 앞바퀴 굴림형은 앞부분이 밖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불리한 도로 여건과 부족한 운전 실력을 보완해 주는 첨단장치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XC90 V8의 경우 미끄럼 방지 시스템인 ‘DSTC’가 장착돼 있다. 바퀴의 속도, 핸들의 각도 등을 매 순간 점검하는 시스템으로 코너링 때 차가 한 쪽으로 쏠리면 엔진 출력을 줄이거나 한 쪽 바퀴에 브레이크를 걸어준다.

또 헛바퀴가 돌 때는 바퀴에 제동을 걸고, 접지력이 좋은 바퀴에는 구동력을 전달하는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도 위급 상황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밖에 앞바퀴가 미끄러지는 순간에 바로 뒷바퀴로 엔진 출력을 옮겨 주는 전자 제어식 클러치 시스템도 운전 실력을 높여주는 장치다.


이발로(핀란드)=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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