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칠레 FTA]날개단 수출… ‘FTA 효과’ 예상보다 컸다

  • 입력 2005년 1월 30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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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16일 오후 3시 20분 국회는 1년여를 표류하던 한국-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논란 끝에 가까스로 통과시켰다.

같은 시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는 전국 농민단체 대표들이 모여 “한-칠레 FTA는 한국농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농업말살 협정’”이라며 비준안 통과를 주도한 일부 국회의원들의 허수아비를 불태우는 등 격렬한 반대시위를 벌였다.

1년 가까이 지난 요즘 통상 및 농업 문제 전문가 대부분은 “한-칠레 FTA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수출시장에 파란불=작년 한 해 동안 대(對) 칠레 수출은 전년보다 37% 증가했다.

FTA가 발효된 4월 이후부터 12월 말까지만 보면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47%로 더욱 커져 FTA 특수가 있음을 입증했다.

품목별로는 한국 수출의 효자상품인 자동차를 중심으로 △무선통신기기 △영상기기 △철강관 및 철강선 △합성수지 등이 30% 이상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FTA 발효와 동시에 관세철폐 대상에 오른 휴대전화는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지난해 4월부터 12월 사이에 5127만 달러가 수출돼 전년 같은 기간(1762만 달러)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것.

한편 지난해 칠레산 물품 수입액도 급증하면서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12억 달러를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FTA의 영향보다는 칠레산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비롯된 것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 정재화(鄭宰和) FTA 팀장은 “원자재 수입 증가는 FTA와 상관없이 전세계적으로 나타난 현상인 만큼 지난해 두 나라 간 교역에서 한국이 본 무역적자는 큰 의미가 없다”며 “오히려 2004년 4∼12월 9개월간 교역상황을 볼 때 한-칠레 FTA는 A학점을 줄 만하다”고 평가했다.

▽과수농가 대란은 없을 듯=한-칠레 FTA 비준 과정에서 제기된 가장 큰 우려는 칠레산 농산물 수입 급증에 따른 국내 과수농가의 생존권 위협.

하지만 실제 결과는 이 같은 우려와 큰 차이를 보였다.

전년 대비 60% 이상 늘어난 키위를 제외하곤 포도는 지난해 수입이 전년보다 6%가량 줄었고 복숭아는 검역 등이 문제가 돼 아예 수입이 없었다.

반면 돼지고기와 포도주는 수입물량이 전년 대비 81%와 167% 늘었다.

돼지고기는 조류독감 광우병 등이 유행하면서 대체 식품으로서, 포도주는 참살이(웰빙) 바람을 타면서 수요가 급증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농촌경제연구원 최세균(崔世均) 연구위원은 “좀 더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FTA 체결 당시 우려했던 과수 농가를 위협할 만한 칠레 농산물 수입증가는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전국농민회총연맹 박웅두(朴雄斗) 정책위원장은 “전체 물량 추이보다는 품목 특성에 따른 상황을 고려해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야 한다”며 “지난해 수입물량이 줄었다고 하지만 지난해 4∼6월 대량 수입된 칠레산 수입포도로 인해 가격이 폭락하면서 국내 포도농가가 피해를 보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관세가 단계적으로 낮아질수록 수입 물량은 늘어나고 그에 따른 피해 증가는 불가피하다”며 “국내 과수농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정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직접투자는 여전히 미흡하다=한-칠레 FTA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직접 투자를 늘리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통상부 김영무(金榮武) 지역교섭과장은 “쿠바를 제외한 미주대륙 34개국을 단일 자유무역체제로 묶는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형성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칠레를 한국의 미주 대륙 진출 근거지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한국 기업의 칠레 투자가 현재보다 활발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화 팀장도 “칠레는 광물과 산림자원이 풍부한 나라”라며 “앞으로 이 같은 자원 확보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만큼 한국 기업들이 칠레의 자원개발사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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