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땜질 타협’이 비리 키워…‘노조협조 대가 채용 할당’ 관행

  • 입력 2005년 1월 23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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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이 ‘채용 장사’를 했다는 오명을 쓴 것은 한마디로 회사와 노조 간의 ‘땜질식 타협’ 때문이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지난해 12월 기아차 광주공장에 대한 감사에서 ‘30세 미만’, ‘고졸 이상’ 등의 채용 기준을 어긴 부적격 입사자 399명을 적발했다.

그룹은 불법 사실이 드러난 만큼 이에 대한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며 이들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2개월 정도 미루겠다고 노조 측에 통보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지 않으면 공장 가동을 중단시키겠다며 ‘파업권’을 무기로 회사 측을 압박했다.

자동차 산업은 컨베이어벨트에서 연속적으로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한 공정의 작업이 중단되면 전체 생산라인의 가동이 멈춘다.

광주공장 관계자는 “잘 팔리고 있는 제2공장의 스포티지라인을 세우겠다고 하는 바람에 노조의 요구를 들어 줄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사측은 결국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대신 인사관리의 책임을 물어 공장장과 인사담당 이사 등 관리직들만 징계하고 사태를 엉거주춤 봉합했다.

사실 오래전부터 현장 조직의 결속력이 강한 기아차 노조는 신규 채용과 인력배치 등과 관련해 사측에 꾸준히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이에 사측은 인력 전환배치 등에 노조가 협조하는 대신 채용 시 노조 간부에게 일정 비율의 추천권을 줬다. 이 같은 어두운 관행이 뿌리를 내리면서 일부 노조 간부의 ‘채용 장사’가 자연스럽게 발생했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사측이 처음부터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지 않고 미봉책으로 문제를 해결해 온 것이 결국은 구조적 비리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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