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우선 협상대상자 中란싱 선정…中진출 유리해져

  • 입력 2003년 12월 16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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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국영기업인 란싱(藍星)그룹이 쌍용자동차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3년가량을 끌어온 매각 과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인수 주체가 중국의 화학전문기업으로 결정되자 매각을 둘러싼 궁금증도 커져가고 있다.

▽란싱, 왜 인수했나=란싱은 1984년에 설립된 화공 전문기업. 건물의 창문틀에 사용되는 고무 등에 쓰이는 합성소재인 ‘실리콘모노머’의 생산규모는 세계 6위다. 중국의 196개 국영기업 가운데 자산 매출 등으로 따져본 현재의 규모는 약 60위. 화학분야의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어 서열도 곧 도약할 수 있다.

쌍용차에 관심을 보인 이유는 현재 계열사로 군수용 지프차량의 40%를 공급하는 ‘중처(中車) 자동차’를 갖고 있기 때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특화된 쌍용차의 기술을 확보할 경우 군납시장의 점유율을 높일 수 있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승용차 사업에 뛰어들기도 쉽다.

생산과 기술개발은 일단 한국에 거점을 둔다는 계획으로 국내 생산능력을 현재 연간 18만대에서 40만대로 늘린다는 방침.

▽쌍용차 어떻게 될까=관련업계에서는 쌍용차의 독자생존이 쉽지 않은 만큼 매각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업계에서 독자적으로 기술개발(R&D)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운 데다 2005년부터 GM대우와 르노삼성 등이 쌍용차의 경쟁 차종인 SUV와 고급 세단을 대거 내놓을 계획이기 때문.

또 중국기업으로 인수되면 중국 시장의 진출이 쉽다는 장점도 있다. 그동안 내수기업으로서 겪었던 성장성의 한계를 벗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한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십년 쌓아온 ‘값싸게 생산하는 능력’이 중국에 넘어갈 경우 중국 시장은 물론 세계 시장에서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중국 업체 때문에 고전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미 중국으로 넘어간 하이디스, 중국기업으로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오리온전기 PDP부문에 이어 쌍용차마저 중국기업에 넘어가게 되면 중국자본의 국내 진출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어떤 절차가 남아 있나=채권단은 란싱과 올해 안에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본실사를 거쳐 내년 1·4분기(1∼3월) 안에 최종 계약을 맺는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양해각서는 구속력이 없어 란싱이 계약을 깨더라도 대응방법이 없으며 최종 계약에서 가격을 후려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매각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의미다.

한편 쌍용차 노조는 우선협상대상자로 란싱을 선정한 데 항의해 18일 평택공장에서 4시간에 걸친 부분파업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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