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그룹 부당내부거래 조사…'개혁강행' '속도조절' 논란

입력 2003-06-08 17:25수정 2009-09-29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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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9일부터 시작하는 ‘6대 그룹 부당내부거래 조사’가 구조조정 시기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구조조정의 당위성은 공감하지만 굳이 경기가 내리막길로 치닫고 있는 지금 강행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이견이 초점이다. 공정위의 ‘개혁 강행론’이 정부가 경기 진작을 위해 내놓은 법인세 인하 검토와 집단소송제 적용 연기 등 각종 투자 유인책과 상충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농한기에 농기구 손봐야”=강철규(姜哲圭) 공정거래위원장은 4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농한기에 농기구를 손보듯 경기 하강기에 부실기업을 퇴출시켜야 회복기를 준비할 수 있다”며 “대기업 개혁은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위원장은 “경기가 좋아지면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반발하기 마련”이라며 “따라서 경기 침체기가 산업 재편의 기회”라고 덧붙였다.

일부 ‘시민단체’도 공정위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참여연대 산하 참여사회연구소의 함시창(咸時昌·상명대 경제학부 교수) 소장은 “미국도 경기가 나쁠 때 구조조정에 착수한다”며 “부당내부거래를 조사한다고 기업들이 투자해야 할 것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함 소장은 대기업 소유구조 개편에 초점을 맞춘 출자총액제한제도에 대해서도 “기업 자체를 손보는 게 아니라 소유구조를 바꾸는 것인 만큼 투자 위축과 경쟁력 저하를 염려하는 건 무리”라고 주장했다.

▽“환자부터 살려야”=반면 ‘속도조절론’을 주창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정재(李晶載) 금융감독위원장은 4일 강 위원장과 기본적으로는 같은 의견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경기침체에서의 구조조정은 시스템 리스크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정책을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도 정책 충돌이 있을 수 있음을 내비치는 대목이다.

학계에서도 기업 규제보다 투자확대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장하준(張夏準·경제학) 교수는 “외환위기 이전 국민소득 대비 37% 선이었던 기업 투자율이 최근에는 25% 선으로 떨어졌다”며 “소비로 버텨오던 경제구조를 투자로 전환시키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또 “부당내부거래도 경기가 안 좋을 때 많을 수밖에 없다”며 “당장의 불공정 사례를 엄벌하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체력이 소진한 환자(기업)를 회복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안연대 정책위원인 이찬근(李贊根)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는 “현재 경기하강은 기업 책임이라기보다 미국 경기 침체 등 주로 외부 요인 때문”이라며 “경기가 부진할 때마다 국내 기업에 책임을 물어 구조조정을 한다면 내부의 ‘방어 기제’를 스스로 없애버리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용기기자 ykim@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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