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환율급락에 브레이크…재경부 "수출 악영향 우려"

  • 입력 2001년 8월 3일 18시 22분


“환율이 오르면 물가가 걱정이고, 떨어지면 수출이 불안하고….”

재정경제부가 떨어지는 환율에 제동을 걸었다. 재경부 외환당국자는 3일 오후 “환율이 단기간에 급격히 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외환시장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달러약세와 외국인 주식순매수 등에 따라 원-달러환율이 1280.9원까지 떨어진 직후였다. 2일밤 뉴욕외환시장에서 엔-달러환율이 전날보다 0.97엔이나 떨어진 123.67엔으로 마감된 데다 이날 외국인이 주식시장에서 709억원어치 순매수함으로써 환율을 끌어내린 것.

재경부의 ‘구두개입’이 나오고 나서 이날 환율은 오름세로 돌아서 전날보다 0.5원 오른 1288.7원에 마감됐다.

정부가 개입한 것은 1280∼1320원의 박스권에서 움직이던 환율이 1280원 아래로 떨어질 경우 급락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 최근 3일간 20원이나 떨어진 것은 속도가 너무 빠른데다 올 들어 원화는 1.5% 절하된 반면 엔화는 8.2%, 대만달러는 4.4%, 싱가포르달러화는 2.3% 절하돼 수출 쪽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최근 환율이 크게 떨어진 것은 미국 정부가 강한달러 정책을 바꿀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따른 것. 미국 학계와 산업계의 달러화 절하 압력이 거세지면서 달러가 약세를 보여왔다. 엔-달러 환율이 2일밤 뉴욕외환시장에서 123.67엔까지 떨어졌고(엔화강세) 달러-유로환율은 6월말 1유로당 0.8502달러에서 0.8839달러까지 상승했다(유로강세).

그러나 미국 정부가 강한 달러 정책을 쉬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국은행 이상헌(李相憲) 국제국장은 “달러가 일시에 약세로 돌아설 경우 미국 주식시장에 들어온 해외투자자금이 이탈해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며 “강한달러 정책을 포기하기 보다 비정상적으로 약해진 유로화에 대해서만 회복을 용인할 가능성이 많다”고 전망했다. 일본 경제는 아직 언제 회복될지 불투명하기 때문에 엔-달러환율은 120∼125엔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할 것이란 예상. 이에 따라 외환전문가들은 원-달러환율이 1280∼1320원선의 박스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경부는 수출에, 한은은 물가에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 한미은행 유현정 외환딜러는 “원-달러환율은 엔-달러환율과 외국인 주식순매수 규모에 따라 변동할 것”이라며 “최근 들어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있으나 원-달러환율이 1280원 밑으로 떨어지기에는 상당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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