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금리 마이너스시대]부동산투자, 과연 대안인가

  • 입력 2001년 4월 22일 19시 10분


부동산 종합 컨설팅업체인 ‘리얼티코리아’ 송영민 사장은 요즘 찾아오는 손님이 반갑기는커녕 부담스러울 정도다. 경매든 임대용 건물이든 구해달라는 사람은 많은 데 마땅한 매물이 없기 때문이다.

송 사장에게 ‘괜찮은 매물을 찾아달라’며 연락처를 남기고 간 사람만 50여명에 이르고, 이들이 찾는 부동산 물건을 전부 합치면 1000억원대에 이른다.

송 사장은 이처럼 투자자들이 몰리는 이유에 대해 “초저금리 영향으로 ‘은행에 돈을 두면 손해보는 느낌’을 갖게 된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글 싣는 순서▼
① 마이너스 금리의 사회상
② 고금리시대, 영영 끝났나?
③ 기업에 미치는 영향과 일본의 교훈
④ 부동산투자, 과연 대안인가?
⑤ 금융상품 틈새찾기

저금리에 부동산시장이 들떠 있다. 저금리 상황이 본격화한 2월부터 법원 경매, 임대용 원룸주택, 빌딩, 분양아파트, 은행부동산신탁, 오피스텔 등 부동산 상품에 구애받지 않고 대형 자금의 입질이 계속되고 있는 것.

3월 분당에서 분양한 주상복합아파트 ‘파크뷰’의 경우 청약금만 1조5000억원 가량이 몰려드는 ‘돈 잔치’를 벌였다. 최근에는 여윳돈을 가진 부유층뿐만 아니라 월급에 의존하는 샐러리맨들조차도 “소형아파트 한 두 채 사서 월세임대를 놓으면 어떻겠느냐”며 부동산 시장을 기웃거릴 정도다. 여기에 7월부터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가 도입되고 관련 상품이 선보이면 부동산 시장으로 돈이 쏟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부동산이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의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자리 잡을 것인가.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는 “꼭 그렇지는 않다”로 모인다.

무엇보다 부동산은 은행예금이나 주식에 비해 환금성(換金性)이 낮은 게 흠이다. 또 거래할 때 붙는 취득세 등록세 중개수수료 등이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높고, 보유과세도 만만찮다.

금리 변동에 관계없이 돈 되는 ‘틈새 상품’으로 인식돼온 임대주택의 경우에도 ‘묻지마식 투자대상’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25평형 1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해서 월세보증금 4000만원에 월 40만원(월 1%)으로 월세를 준다고 가정해보자(표 참조).

기대할 수 있는 임대 수익은 2년 기준으로 약 960만원 정도다.

반면 비용은 △아파트를 살 때 등록세 취득세 교육세 농특세 등으로 취득가의 5.8%를 내는 데다 △보유비용으로 재산세와 종합토지세 △중개수수료와 수선비용 등으로 오히려 1154만원을 내야 한다. 결국 2년 뒤 194만원이 손해라는 결과가 나온다.

다만 전용면적 18평 이하의 소형 아파트를 2채 이상 임대한 임대사업자라면 취득세와 보유세가 면제돼 2년 뒤 58만원의 이익을 손에 쥘 수 있다.

하나은행 재테크팀 김성엽 팀장은 “너도나도 임대사업에 뛰어들면서 임대수익률이 2년전 연 24%에서 최근엔 연 12%까지 떨어지는 등 하락 추세인 데다 임대가 제 때 되지 않을 경우 등도 감안해야 한다”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리츠의 경우 기대만큼 수익을 올릴 수 있는지 여부도 아직은 불투명하다.우선 국내 부동산의 투자수익률이 그리 높지 않다. 한국감정평가협회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11층 이상 오피스빌딩의 투자수익률은 연간 7%대 수준이다. 그나마 매물로 나온 빌딩 중에서는 실제 임대수익률이 5%에도 미치지 못하는 빌딩이 대부분이다. 적정임대수익률이 8%에는 한참 못미치는 수치다.

여기에 리츠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일부 수익성 높은 빌딩을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도 리츠 시장 조기 정착에 악재다. 빌딩매매중개업체인 ‘오피스뱅크’ 곽종수 사장도 “최근 서울 강남 일대에 ‘리츠펀드 버블’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빌딩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투자수익률은 떨어지고 리츠의 조기정착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터넷부동산업체 ‘부동산114’의 김희선 이사는 “부동산이 저금리를 등에 업고 일시적 유행은 타겠지만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부동산 투자는 원금 보전, 소액이나마 고정 수입, 집값 상승에 대비한 보험가입 효과 등의 이점이 있으므로 투자위험분산(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은우·이나연기자>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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