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개위,공정위안 또 보류]신문고시 '밀어붙이기' 무리수

  • 입력 2001년 4월 4일 18시 47분


정부가 신문시장을 행정적으로 규제하는 신문고시(告示)를 부활시키기 위해 끈질기게 무리수를 두고 있다.

정부는 4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규제개혁위원회 경제1분과위원회에 두 번째 다시 올린 신문고시안이 민간위원들의 제동으로 거듭 보류되자 11일 세 번째로 이 분과위를 열어 재심의하기로 했다. 3차심의에서는 어떻게든 정부의 뜻을 관철시켜 13일 규제개혁위원회에 올리겠다는 것이다.

불과 며칠 간격으로 3차례나 분과위를 열어 결론을 내겠다는 정부측 자세는 평소 공정위가 각종 심의의결 사항을 곧잘 미루어온 사례들에 비춰볼 때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정부측은 분과위에 참여하는 민간위원들에게 개인의견을 외부에 일절 밝히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는 강압적 행태마저 보이고 있다. 이는 민관합동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하는 기본정신과는 거리가 먼 비민주적 관치(官治) 행태이다.

정부측은 2차 분과위가 위원들간의 이견으로 결론없이 끝난 뒤에도 “고시제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식을 같이 했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정강정(鄭剛正)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조정관은 이날 “신문협회의 자율규제를 지원하기 위해 행정규제가 필요하다는데 다른 의견들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일부 민간위원들은 정부측 태도를 납득할 수 없지만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어 거부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결정을 왜 미뤘나〓규개위가 결정을 미룬 것은 위원들간 이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무가지(無價紙)를 10%로 제한하자는 당초 고시안과 강제투입 기간을 3일로 묶은 것은 신문사들의 판촉활동을 사실상 막는 것으로 정부가 나서서 규제로 얽어매기가 무리라는 입장이다.

민간위원들은 규제개혁 차원에서 99년에 없앤 신문고시를 다시 만들려는 이유가 분명치 않다는 점을 가장 크게 문제삼고 있다. 제정시기도 정치적인 외풍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는 것. 또 당장 고시를 만들어 규제를 양산하는 것은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신문판촉을 위해 배포되는 무가지 비중을 정부가 고시로 10%로 얽어매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에도 어긋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고시제정 어떻게 될까〓규개위는 자신들이 규제개혁 차원에서 없앤 신문고시를 자기손으로 다시 만든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는데도 이를 합리화하려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민간위원들에게는 발표창구를 단일화한다는 명분으로 개인의견을 외부에 꺼내지 못하도록 입단속을 했다. 4일 회의에서는 전직 신문사보급소 지국장 모임인 한국신문판매총연합회에서 출석해 의견을 많이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임은 공식단체가 아니다.

규개위 전원회의 위원은 20명으로 이 가운데 13명이 민간위원. 전원회의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최종 고시제정으로 결론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이미 끄집어낸 ‘칼’을 거둬들이지 않으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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