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경제성장률 4.6% 속내용 신통찮다

  • 입력 1999년 5월 20일 19시 23분


『경기 회복 속도가 빠르긴 하지만 과열은 결코 아니다. 다만 경제 성장이 소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양상이 지속되면 우리 경제의 체질이 더 약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20일 한국은행측은 올 1·4분기(1∼3월) 국내총생산 동향을 발표하면서 현재의 경기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기나긴 불황의 터널을 가까스로 빠져나온 터에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다소 높게 나왔다고 해서 ‘거품’ 운운하는 것은 정확한 진단이 아니라는 얘기. 그러면서도 경제성장의 질(質)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성장률 왜 높아졌나〓일등 공신은 민간소비 회복과 수출 증가.

잔뜩 움츠러들었던 소비심리가 회복되면서 민간소비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6.3% 늘었고 수출도 반도체 컴퓨터 자동차 등의 호조에 힘입어 12.4% 증가했다. 성장 기여도는 민간소비가 3.4%, 수출은 5.5%.

내수회복과 수출증가는 4조3천여억원에 이르는 재고감소와 맞물려 제조업 생산을 늘리고 서비스업 경기를 부추겼다. 제조업은 10.7%, 서비스업은 6.6%의 증가율을 보여 건설업(-15.1%)과 농림어업(-7.6%) 분야의 불황을 상쇄했다.

3월 중 산업생산 증가율이 95년 2월(19.3%) 이후 가장 높은 18.4%를 기록한 것도 1·4분기 성장률을 가파르게 끌어올린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물론 이번의 높은 성장률에는 작년 상반기에 사상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은데 따른 반등 효과도 일정 부분 반영돼 있다.

▽성장 속내용은 신통치않다〓경기가 상승흐름을 탄 것만은 분명하지만 1·4분기 경제성적표의 실제 내용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설비투자의 경우 1년만에 처음으로 12.9%의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기업들의 투자는 컴퓨터 무선통신기기 운수장비 등 특정분야에 편중됐다.

장기적으로 생산에 기여하는 자본의 축적 정도를 나타내는 총고정자본형성률은 -4.3%에 그쳐 우리 경제가 아직 성장 잠재력을 배양하는 단계까지 회복되지는 않았음을 드러냈다.

정정호(鄭政鎬)한은 경제통계국장은 “현재 공장가동률이 70%에 불과해 생산설비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겠지만 성장세가 계속 탄력을 받으려면 산업용 기계와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가 플러스로 돌아서야 한다”고 말했다.

▽성장률은 계속 높아질까〓올 1∼3월 중 국내총생산(GDP)은 외환위기 이전인 97년 같은 시기의 GDP를 1백으로 했을 때 1백.9에 해당한다. 소비는 당시 수준의 96%, 투자는 70%선을 회복했다는 설명. 경제 규모가 대체로 2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계절적 요인을 뺀 경제성장률은 작년 3·4분기 이후 3분기 연속 플러스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박재준(朴載俊)부총재보는 “외국에서도 2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하면 불황은 일단 끝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1·4분기 성장률이 당초 예상치인 3.1%를 1.5%포인트 웃돈 만큼 4% 초반대의 연간 성장률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상반기에 재정집행을 집중했는데 하반기에는 추가 정책수단이 별로 없는 상황이어서 경기 회복 속도가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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