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한일銀 합병/의미·파장]합병 움직임 빨라진다

  • 입력 1998년 7월 31일 19시 36분


상업 한일 두 은행의 합병선언으로 금융산업 구조조정은 ‘5개 부실은행 퇴출’에 이어 ‘은행간 합병’이라는 2단계로 접어들었다.

▼자산 1백조원대의 은행 탄생〓상업은행의 총자산은 작년말 현재 48조5천5백억원, 한일은행은 53조8천5백억원으로 두 은행을 합치면 총자산 규모는 1백2조4천억원. 세계 1백3위에 달하는 초대형 은행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금융당국은 “국제경쟁력을 갖춘 선도은행(리딩뱅크)이 되기 위해서는 은행간 합병을 통한 대형화가 필수”라며 “적어도 선도은행이 3,4개는 돼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해왔다.

선도은행을 주축으로 하는 금융산업 구조조정의 윤곽이 두 은행의 합병으로 가시화된 것. 선도은행은 곧 한국의 대표은행으로서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각종 투자업무와 외국계 유수은행이 장악하고 있는 주간사 업무에도 적극 참여하게 된다.

나머지 금융영역, 즉 △중소기업 △소매 △지역금융 등을 전담하는 중소규모의 전문은행이 자리잡으면 이상적인 금융산업 개편이 마무리되는 셈이다.

▼합병의 본격화〓중복업무가 많아 사실상 합병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던 상업 한일은행의 전격적인 합병선언은 금융권 지각변동의 신호탄이다.

이제는 규모를 떠나 은행간 합병을 통한 대형화가 가장 현실적인 ‘생존전략’으로 부각됐다. 조건부 승인을 받은 조흥 외환은 물론 신한 국민 등 5개 인수은행도 합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조흥은행의 경우 현재로서는 합병대상으로 중규모의 후발은행을 검토하고 있지만 애당초 파트너로 점찍었다가 무산됐던 신한 주택은행과 접촉을 재개할 공산이 크다.

조흥 신한은행은 전산망이 같고 민족자본과 재일교포 자본이라는 구색이 맞아 합병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나 보람은행간 합병추진은 거의 성사단계에 이르렀다가 흡수합병을 우려한 보람은행 노조측의 반발로 잠시 주춤하고 있으나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날 전망이다. 두 은행간 합병이 무산되면 조흥―보람은행간 합병추진도 예상된다.

외환은행도 대주주인 코메르츠은행이 합병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만큼 국민은행 등 다양한 합병대상을 놓고 저울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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