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각빅딜/전제조건-전망]충격크지만 자금-시간 절약

  • 입력 1998년 6월 11일 19시 22분


현대 삼성 LG 등 대그룹간 ‘빅딜’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해당기업은 물론 재계 전체가 당혹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현대와 삼성은 공식적으로 부인하는 입장을 보였고 빅딜의 핵심으로 지목받은 삼성자동차는 임직원 동요를 우려, ‘자동차사업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는 성명까지 냈다.

그러나 이같은 표면적인 움직임과 달리 일부 그룹은 김중권(金重權)청와대 비서실장의 발언 전날 이미 비상 임원회의를 소집, 대책을 숙의하는 등 부산하게 움직였다. 빅딜설이 처음 불거졌던 2월에 비해 재계의 반발강도도 훨씬 누그러졌고 빅딜이 현실화할 경우에 대비하려는 모습도 크게 달라진 것 중의 하나.

▼본격적인 빅딜 논의는 이제부터〓재계는 청와대와 여권이 산업구조 조정 및 재벌개혁을 빠른 시일내 성공시키기 위해 빅딜카드를 빼든 것으로 본다. 인건비 축소와 외자유치 등 소극적인 구조조정으로는 정리해고를 앞둔 노동계의 반발을 무마할 수 없고 외국투자가들의 한국재벌관(觀)을 수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재계는 그러나 설사 총수들간에 암묵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해도 실제 빅딜이 이뤄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본다. A그룹 관계자는 “사업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만만치 않아 정산과정에서 의외의 복병을 만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유력한 빅딜대상은〓여권 고위관계자는 11일 “삼성과 현대가 각각 자동차와 유화사업을 내놓고 LG그룹이 현대유화를 인수하는 대신 주력사업을 삼성에 주기로 의견이 좁혀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산업 전문가들은 현대의 대산 유화단지가 LG 화학단지가 들어선 여천과 크게 떨어져있는데다 현대유화 중간재 대부분을 현대정유가 공급하고 있는 점을 들어 회의적으로 본다. 이에 따라 12일 재계에서는 전자는 LG, 반도체와 정보통신은 삼성, 자동차는 현대에 몰아준다는 대원칙 아래 값이 맞지 않는 부분을 중소 사업부문 매각이나 융자 등으로 보전하는 방안이 더 유력한 것으로 관측하는 기류도 있다.

▼빅딜성공의 전제〓회의론도 대두됐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빅딜이 현재와 같은 부동산 금융 경색상황에선 오히려 효과적이란 주장도 만만찮다. 충격은 엄청나지만 인수합병(M&A)에 따르는 자금부담을 줄일 수 있고 시간도 절약해 대외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는 11일 ‘빅딜’이 이뤄질 경우 퇴출기업 심사에서 대그룹을 제외하고 각종 세금면제 혜택을 줄 것임을 밝혔다.

그러나 서로 상대방 재무제표를 믿지 못하는 재계풍토를 감안할 때 자산평가가 무난하게 이뤄질지가 관건이다. 정부 신용평가기관 감정평가사 회계사 등이 총동원된 사업평가 전담기관을 조속히 설치해야 한다는 지적.

또 사업교환과정에서 나타날 주식취득 임원겸임 합병 등이 공정거래법상 규제를 받고 있고 출자총액제한 채무보증해소 등의 규제도 엄연하다. 전경련 관계자는 “특히 빅딜 자체를 노동계가 ‘정리해고의 서막(序幕)’으로 간주할 경우 대규모 노동쟁의를 피할 수 없다”며 “노동계를 사전설득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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