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시장 급속 위축…보증수수료 부담 커 기피

  • 입력 1998년 5월 16일 19시 30분


대기업들의 유력한 자금조달 창구였던 회사채시장이 크게 위축돼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 자금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전 회사채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공모(公募)사채의 경우 기업들이 보증수수료 부담을 우려, 발행을 기피하는 바람에 시장 자체가 공황상태에 빠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올 1월부터 이달 16일까지 회사채 발행 현황을 조사한 결과 회사채 순증액(발행액-상환액)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1월 2조원에 달했던 순증액은 4월 2천억원대로 뚝 떨어진 데 이어 5월엔 마이너스 5천8백억원으로 급감했다.

IMF체제 이후 회사채시장을 독점해온 5대그룹도 최근 회사채 발행을 포기한 상태며 3년전 발행한 중견그룹들의 회사채는 만기연장이 되지 않고 있다.

대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기피하는 것은 H, D사 등 국내 양대 보증기관들의 신뢰도가 낮은 데도 높은 보증료를 요구하기 때문. 현재 3년만기 회사채의 유통수익률(이자율)은 연 17.8%지만 3년 동안의 보증보험료를 선납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기업들이 부담해야 하는 이자율은 연 20.4%까지 치솟았다. 이 때문에 보험료를 아끼기 위해 인수기업과 미리 적당한 이자율에 합의한 뒤 사모(私募)사채를 발행하는 대기업이 크게 늘었다.

D증권 채권팀 관계자는 “사모사채는 신용이 양호한 일부 대기업만 발행이 가능해 자금시장의 ‘부익부 빈익빈’현상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복잡한 발행절차와 비용도 회사채시장을 위축시키는 또다른 요인. 유가증권발행신고서 등 서류를 꾸며 당국에 제출해도 실제 자금을 받는 데는 적어도 10여일이 걸린다. 중개 증권사 등에 줘야하는 인수비용도 만만치 않다.

L그룹 자금담당자는 “3개월짜리 기업어음도 ‘만기연장’조건만 붙이면 회사채처럼 장기로 자금을 운영할 수 있어 굳이 골치아픈 회사채를 발행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박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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