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17’은 한국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어떻게 세계적인 협업을 통해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겁니다.”
독일 베를린국제영화제의 재클린 리앙가 프로그래머는 12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13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제75회 베를린영화제에서 공개되는 ‘미키 17’은 각본과 연출은 한국의 봉준호 감독이지만, 기획(브래드 피트)·제작(플랜B엔터테인먼트)·배급(워너브라더스)· 주연(로버트 패틴슨) 등은 미국 할리우드와의 협업에 주목한 것. 리앙가는 “봉 감독의 선택은 단순히 흥행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미키 17’은 글로벌 영화 산업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고 했다.
재클린 리앙가 프로그래머. 베를린영화제 제공 독일 베를린영화제는 프랑스 칸 영화제, 이탈리아 베니스영화제와 함께 3대 영화제로 꼽힌다. 특히 예술성에 중점을 둬 감독과 비평가들에게 ‘꿈의 무대’로 꼽힌다.
주목할 건 ‘미키 17’이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는 점. 비록 경쟁 부문이 아닌 스페셜 갈라(대중적인 장르영화) 부문이지만 2019년 영화 ‘기생충’으로 프랑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 감독이 베를린에서 가장 먼저 작품을 공개하기로 해 화제를 모았다. 이에 응답하듯 베를린영화제도 “‘기생충’ 작가이자 감독인 봉 감독이 다시 눈부신 영화적 경험을 선사한다”며 힘을 싣고 있다.
미키17. 워너브라더스 제공 영화제를 총괄하는 리앙가도 미키 17 시사회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리앙가는 “‘미키 17’ 시사회는 베를린국제영화제의 메인 상영관인 ‘베를리날레 팔라스트’에서 열린다”며 “‘놀라운 저녁’(extraordinary evening)이 될 것”이라고 했다.
“봉 감독은 언제나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새로운 시선을 제시해왔어요. 이번 작품에서도 그가 창조한 세계를 탐험할 수 있을 겁니다. ‘미키 17’이 베를린국제영화제의 특별한 순간을 장식할 것입니다.”
‘파과’ 포스터. 베를린영화제 제공 ‘미키 17’을 포함해 올해 베를린영화제엔 총 8편의 한국 영화가 영화제에 소개된다. 60대 여성 킬러를 다룬 민규동 감독의 ‘파과’가 베를리날레 스페셜 부문, 홍상수 감독의 33번째 장편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가 장편 경쟁 부문에 각각 초청됐다.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영화를 소개하는 포럼 부문엔 ‘봄밤’과 ‘폭력의 감각’, 설치작품이나 퍼포먼스 영상을 소개하는 포럼 익스팬디드 부문엔 ‘창경’과 ‘광합성하는 죽음’이 선정됐다. 박찬욱 감독이 2011년 아이폰으로 촬영한 ‘파란만장’은 단편 특별 프로그램으로 다시 상영된다.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 스틸 컷 리앙가는 “한국 영화는 매번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며 세계 영화인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고 있다”며 “한국 감독들이 창조하는 다채로운 시선과 미학적 깊이는 영화의 본질을 탐구하는 우리 영화제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다”고 했다.
세계적인 영화제의 프로그래머가 보는 한국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뭘까.
“장르의 경계를 뛰어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보편적인 정서로 확장하는 능력이에요. 또 언제나 경계를 확장하는 도전을 멈추지 않죠. 올해도 한국 영화가 베를린영화제의 중심에 자리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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