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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지도를 펼치면 세상을 이해하는 길이 열린다[책의 향기]

입력 2021-10-30 03:00업데이트 2021-10-31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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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의 역사/맬컴 스완스턴, 알렉산더 스완스턴 지음·유나영 옮김/288쪽·2만1000원·소소의책
기원전 6세기 점토판에 그려진 고대 바빌로니아 세계지도를 저자들이 재구성한 그림. ‘소금바다’ 안에 유프라테스강이 흐르고 도시 운하 늪지가 존재하는 모습을 통해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이 생각하고 있던 세계의 크기를 알 수 있다. 소소의책 제공
누구나 지도를 볼 수 있는 시대다. ‘구글 어스’에 접속하면 세계 곳곳의 산 강 도시를 구경할 수 있다. 실제 거리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스트리트 뷰’ 서비스 덕에 현장에 있는 것처럼 생생히 느낄 수도 있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해 내가 현재 어디에 있는지 지도에 표시해주는 만큼 길 헤맬 걱정도 없는 시대다. 정밀한 지도가 만들어 낸 편리한 세상이다.

이런 지도가 한순간에 만들어진 건 아니다. 30년 이상 함께 지도를 만들어온 지도 제작 전문가인 부자(父子)가 쓴 이 역사서는 인류가 지도를 만들어 온 과정을 소개한다. 지도 제작의 기술적 측면을 다루기보단 지도에 숨겨진 역사적 사실과 비화를 친절히 설명하는 덕에 지도 박물관에서 역사 해설사의 설명을 듣는 것 같다.

인류 최초의 세계지도는 기원전 6세기 만들어진 고대 바빌로니아 세계지도다. 세계를 위에서 똑바로 내려다본 이 지도엔 당시 인류가 세상을 인지한 시각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 이 지도엔 큰 동심원과 작은 동심원이 그려져 있는데 두 동심원 사이에 링처럼 생긴 ‘소금바다’가 흐른다. 소금바다 안쪽은 인간이 사는 세계고, 소금바다 바깥은 인간이 살지 못하는 세계를 의미한다. 당시 바빌로니아인들은 인간이 건너지 못하는 세계가 존재하고, 모든 세상을 둘러볼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반면 고대 그리스의 지리학자인 스트라본(기원전 64년∼기원후 23년)이 그린 세계지도엔 미지의 세계가 없다. 이 지도엔 이탈리아, 이베리아반도(스페인·포르투갈), 브리타니아(영국) 등 유럽의 모습이 꽤나 상세히 그려져 있다. 아시아, 아라비아펠릭스(아라비아반도 남부) 리비아(아프리카 북부)의 도시도 표기돼 있다. 기원전 25년 스트라본이 로마에서 이집트 알렉산드리아까지 여행하며 보고 들은 경험과 문헌이 세계지도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한다. 국가 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인간이 갈 수 있는 세계의 크기가 지도 내에서 커진 것이다.

지도는 특히 유럽 열강들의 식민지 쟁탈전 시기 급속도로 발달했다. 식민지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선 정밀한 지도가 필요했기 때문. 대표적인 것이 영국이 1802∼1871년에 걸쳐 대대적인 삼각측량 조사를 벌여 만든 인도의 지도다. 삼각측량은 삼각형의 한 변의 길이와 두 개의 끼인각을 알면 그 삼각형의 나머지 두 변의 길이를 알 수 있는 원리를 이용해 지형을 간접적으로 측량하는 방법이다. 영국은 이 지도 덕에 인도를 강력하게 통치할 수 있었다.

지도에 그어진 선이 경제, 문화적 경계선이 되기도 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와 메릴랜드주의 경계를 구분하기 위해 1769년 지도에 그려진 ‘메이슨 딕슨 선’은 처음엔 각 주의 경계선 역할 정도만 했다. 하지만 19세기 들어서 이 선은 노예제도 찬반을 두고 갈라선 미국 남부와 북부를 가르는 군사적 경계선이 됐다. 노예제가 폐지된 이후에도 남부와 북부를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프랑스 정부는 구글 어스를 이용해 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개인 야외 수영장을 증축하는 부자 탈세자들을 잡아내고 있다고 한다. 폭탄테러 계획을 치밀하게 짜기 위해 구글 어스를 이용하는 테러범도 생겨나고 있다. 지도가 인류에게 선사한 명암이다. 저자들의 말처럼 지도가 “과거를 이해하고 미래로 나아갈 길”이 되기 위해선 지도에 숨겨진 역사적 교훈을 찾아내야 하지 않을까.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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