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누구나 영웅이 되는 세계, 메타버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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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 크래시(전 2권)/닐 스티븐슨 지음·남명성 옮김/1권 372쪽, 2권 364쪽·각 1만5000원·문학세계사

요즘 콘텐츠 업계에서는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화두다. 메타버스는 가공을 의미하는 ‘메타’와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한다. 현실과 혼합된 이 가상세계는 1억 명 이상이 이용 중인 게임 ‘로블록스’나 네이버제트가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 ‘제페토’를 통해 실현되고 있다. 머지않아 메타버스는 시대를 이끄는 개념으로 떠오를 것이다.

1992년에 쓰인 이 공상과학(SF) 소설은 메타버스 개념을 처음 제시한 작품이다. 구글 창립자인 세르게이 브린은 이 소설을 읽고 영상 지도 서비스 ‘구글 어스’를 개발했다. 가상현실에서 자신의 역할을 대신하는 캐릭터를 뜻하는 ‘아바타’도 이 소설에서 개념이 구체화됐다. 시대를 앞서 30여 년 전 이미 이런 개념들을 내놓은 이 작품의 실체가 궁금하다.

미래 세계의 주인공 히로 프로타고니스트는 현실에선 피자를 배달하며 보잘것없는 삶을 산다. 하지만 히로는 메타버스에서 누구보다 뛰어난 해커로 인정받는다. 메타버스 안에서 사람들은 모두 아바타로 활동하는데 현실세계의 신분을 숨길 수 있다. 히로 역시 메타버스에서는 자신의 실제 모습을 철저히 숨기며 활동한다. 히로는 메타버스에서 퍼지고 있는 신종 마약 ‘스노 크래시’의 비밀을 파헤치며 음모를 발견하게 된다.

눈길이 가는 건 히로가 현실세계와 메타버스에서 각각 보이는 상반된 모습이다. 현실에서 히로는 피자를 빨리 배달하기 위해 신호를 무시하고 과속을 일삼는다. 하지만 메타버스에선 마약 유통 조직을 추적하며 세상을 구하는 영웅처럼 행동한다. 그에게 메타버스는 암울한 미래 시대에서 자신의 가치를 높여주는 일종의 마약 같은 게 아니었을까.

요즘 사람들이 현실세계를 떠나 메타버스로 향하는 이유도 히로와 비슷할지 모르겠다. 현실세계에서는 짜증 나는 일이 가득하지만 메타버스에선 신나는 모험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 현실의 온갖 적을 무찌르는 ‘히어로’가 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영웅#메타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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