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기안84 논란에 “시민독재 시대…죽이는 게 재밌는 것”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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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9월 18일 14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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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작가 주호민(39)은 동료 작가 기안84(36·김희민)를 둘러싼 여성 혐오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주호민은 18일 인터넷 방송 플랫폼 ‘트위치’에서 ‘그려야 하지 말아야 할 웹툰’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기안84의 여성 혐오 논란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말했다.

주호민은 “만화는 무엇이든 표현할 수 있지만, 건드려선 안 되는 게 있다”며 “전쟁의 피해자라든지, 선천적인 장애 같은 것을 희화화하면 안 된다. 그걸 희화화하는 만화들이 있었다. 그런 것을 그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주호민은 “그런데, 그거하고는 구분해야 한다. 지금 웹툰 검열이 진짜 심해졌다”며 “그 검열을 옛날엔 국가에서 했다. 지금은 시민이, 독자가 한다. 시민 독재의 시대가 열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호민은 “이거 굉장히 문제가 크다. 큰일 났다. 진짜. 이러면 안 된다”며 “그게 가능한 이유는 ‘자신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 이런 생각 때문에 보통 일어난다. (하지만) 그게 사실 그렇지가 않다”고 지적했다.

주호민은 “그런 생각들, 자기가 갖고 있는 생각들이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나 작품을 만났을 때 그것을 미개하다고 규정하고, 계몽하려고 한다. 그러면 확장을 할 수 없다”며 “‘내 생각이 맞는 이유가 네가 미개해서가 아니고, 내 생각과 같이 하면 이런 것들이 좋아진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적이 없다. ‘너는 미개한 놈이야’, 이런 걸로 가니까 반발심이 생기고 이상해진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도 그렇고, 시민 독재가 더 심해질 것이다. 그래서 희망이 없다”며 “옛날에 만화를 그리던 때가 최고, 제일 좋았다. 내가 그리던 2000년대가 제일 좋았다. 지금은 시민이 시민을 검열하기 때문에 뭘 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주호민은 그러면서 “계속 그 생각을 해야 한다. ‘그려도 되나?’, ‘이거 해도 되나?’, 그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정상이 아니다. 아무튼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문제가 뭐냐면 잘못을 안했는데도 아작이 난다. 심지어. 잘못 걸리면. 사과를 해도 ‘진정성이 없다’고 한다. 사과해도 진정성이 없단다. 그냥 죽이는 게 재밌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주호민은 “굉장히 피곤한 시대에 살고 있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제가 이런 말 한다고 달라지겠느냐. 이거 퍼가서 또 욕할 거다. 상관없다. 아무튼 고맙다”고 말했다.

나 혼자 산다 측, 기안84 복귀 시사
기안84는 지난달 4일과 11일 각각 게재한 ‘복학왕’ 광어인간 1·2화에서 여성 혐오를 느끼게 하는 장면을 그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무능한 여성인 주인공 봉지은이 남성 상사와의 성관계로 정규직 전환에 성공했다고 비춰질 수 있는 장면을 그렸다는 비판이었다.

특히 봉지은이 마지막 회식 자리에서 배 위에 조개를 올려놓고 깨부수는 장면을 지적하는 이들이 많았다.

기안84는 해당 장면을 그린 이유에 대해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봉지은이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는 설정을 추가하면서, 이런 사회를 개그스럽게 풍자할 수 있는 장면을 고민하다가 귀여운 수달로 그려보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수달이 조개를 깨서 먹을 것을 얻는 모습을 식당 의자를 제끼고 봉지은이 물에 떠있는 수달로 겹쳐지게 표현해보자고 했는데, 이 장면에 대해 깊게 고민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캐릭터가 귀여움이나 상사와 연애해서 취직한다는 내용도 독자 분들의 지적을 살펴보고 대사와 그림도 추가 수정했다”며 “더 많이 고민하고 원고 작업을 했어야 했는데, 불쾌감을 드려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웹툰을 비판하는 이들은 연재 중지를 요구했다. 몇몇은 기안84가 출연하는 MBC 예능 ‘나 혼자 산다’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그의 하차를 요구했다.

이후 ‘나 혼자 산다’에서 그를 볼 수 없었지만 최근 제작진은 녹화에 참여한 기안84의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그의 복귀를 시사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주호민이 방송 중 기안84 논란에 대해 언급한 부분
만화는 무엇이든 표현할 수 있지만, 건드려선 안 되는 게 있다. 전쟁의 피해자라든지, 선천적인 장애 같은 것을 희화화하면 안 된다. 그걸 희화화하는 만화들이 있었다. 그런 것을 그리면 안 된다. 그런데 그거하고는 구분해야 한다. 지금 웹툰이 검열이 진짜 심해졌다. 그 검열을 옛날엔 국가에서 했다. 지금은 시민이, 독자가 한다. 시민 독재의 시대가 열렸다. 이거 굉장히 문제가 크다. 큰일 났다. 진짜. 이러면 안 된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자신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 이런 생각 때문에 보통 일어난다. (하지만) 그게 사실 그렇지가 않다. 그런 생각들, 자기가 갖고 있는 생각들이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나 작품을 만났을 때 그것을 미개하다고 규정하고, 계몽하려고 한다. 그러면 확장을 할 수 없다. ‘내 생각이 맞는 이유가 네가 미개해서가 아니고, 내 생각과 같이 하면 이런 것들이 좋아진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적이 없다. ‘너는 미개한 놈이야’, 이런 걸로 가니까 반발심이 생기고 이상해진다. 미국도 그렇고 시민 독재가 더 심해질 것이다. 그래서 희망이 없다. 옛날에 만화를 그리던 때가 최고, 제일 좋았다. 내가 그리던 2000년대가 제일 좋았다. 지금은 시민이 시민을 검열하기 때문에 뭘 할 수가 없다. 아주 힘겨운 시기에 여러분은 만화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계속 그 생각을 해야 한다. ‘그려도 되나?’, ‘이거 해도 되나?’, 그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정상이 아니다. 아무튼 안타까운 상황이다. 그래서 나는 유튜브나 하려고 한다. 문제가 뭐냐면 잘못을 안했는데도 아작이 난다. 심지어. 잘못 걸리면. 그래서 사과를 하면 뭐라는지 아느냐. 잘못한 게 없을 수도 있다. 그런데 사과를 해도 ‘진정성이 없다’고 한다. 사과해도 진정성이 없단다. 그냥 죽이는 게 재밌는 것이다. 사과하면 더 팬다. 아무튼, 굉장히 피곤한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공소시효도 없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제가 이런 말 한다고 달라지겠느냐. 이거 퍼가서 또 욕할 거다. 상관없다. 아무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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