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온라인콘서트… “달라야 팔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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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 차별화-수익화 경쟁

첫 화면을 기념품 홍보에 할애한 미국 ‘롤러펄루자’ 페스티벌 홈페이지. 롤러펄루자 페스티벌 홈페이지
첫 화면을 기념품 홍보에 할애한 미국 ‘롤러펄루자’ 페스티벌 홈페이지. 롤러펄루자 페스티벌 홈페이지
‘롤러펄루자 2020 티셔츠 절찬리 판매 중!’

얼마 전 끝난 미국 시카고의 대형 음악축제 ‘롤러펄루자’ 페스티벌(7월 30일∼8월 2일)의 온라인 생중계 막간 광고다. 롤러펄루자는 캘리포니아주의 ‘코첼라’와 함께 북미를 대표하는 야외 대중음악 페스티벌. 매년 수십만 명의 관객이 몰리지만 올해는 모든 공연을 온라인 생중계로 전환했다. 여느 때처럼 페스티벌 시간표를 짜 4일간 150개의 공연을 보여줬지만 폴 매카트니 등 일부 음악가의 무대는 여러 해 전 출연한 영상을 재방송했고, 새로운 공연도 비대면 녹화 송출로 진행했다. 이 가운데 영상미를 활용한 독특한 무대 연출만큼이나 돋보인 것이 다름 아닌, 수시로 나오는 티셔츠 광고였다. 화려한 디자인에 ‘롤러펄루자 2020’이라고 쓰인 기념품 이미지를 쉬는 시간마다 보여주며 구매를 독려했다.

9일 온라인 콘서트를 연 그룹 ‘몬스타엑스’. 뉴시스
9일 온라인 콘서트를 연 그룹 ‘몬스타엑스’. 뉴시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온라인 콘서트가 일반화하면서 공연계가 다양한 차별화, 수익화에 나서고 있다. 오프라인 콘서트 때 공연장 부스에서 각종 기념품을 팔듯, 온라인 콘서트에 맞춘 상품 판매도 그에 못잖은 수익원이 된다. 롤러펄루자의 경우, 처음으로 열린 가상 페스티벌이었다는 점에서 ‘2020’이 인쇄된 상품은 마니아들 사이에 살 만한 아이템으로 다가갔다. 코첼라가 끝내 페스티벌 전체를 취소한 것과 비교하면 롤러펄루자의 선택은 재치와 실속을 다 노린 셈이다.

국내 페스티벌도 예외는 아니다. 10월 열리는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은 행사 기간에 피크닉 세트 등 관련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주최 측 관계자는 “‘2020 티셔츠’의 희소성도 고려했다. 그러나 내년 이후 오프라인 축제 때 쓸 만한 실용성에 좀 더 무게를 둬 티셔츠 대신 다른 기념품의 생산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취소된 한 국내 야외 음악축제의 관계자도 “결국 생산을 접긴 했지만, 행사는 접어도 ‘2020 티셔츠’만큼은 수요가 있다고 보고 생산·판매 방안을 끝까지 고민했다”고 귀띔했다.

종교적 팬덤이 강한 케이팝 아이돌 가수와 기획사들은 이미 짭짤한 수익을 얻고 있다. 방탄소년단부터 트와이스까지, 코로나 사태 이후 온라인 콘서트를 연 케이팝 스타들은 약속한 듯 관련 상품 온라인 판매에 열을 올렸다.

너도나도 온라인 콘서트 시장에 뛰어들면서 연출 기법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무대가 일순 꽃밭으로 변하거나 멤버들의 분신이 등장하는 것처럼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증강현실(AR)이 현재는 감초 연출법이다. 그러나 비슷한 영상에 쉽게 싫증을 내는 MZ세대(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의 입맛을 잡기 위한 치열한 고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자라섬 페스티벌은 재즈 해설, 경기 가평 명소 소개 등을 융합한 영상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

한 공연업계 관계자는 “세계의 주요 온라인 공연을 유튜브로 매일 모니터하면서 경향을 분석하고 벤치마킹과 차별화를 준비하고 있다. 아직 온라인 콘서트를 한 번도 열지 않은 YG엔터테인먼트도 그 방향으로 칼을 가는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온라인 콘서트#공연계#차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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