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막국수인가 냉면인가!’…거칠고 투박한 메밀이 뜨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7일 16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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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메밀 음식의 하나인 막국수가 메밀계의 지존이라 할 수 있는 냉면처럼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메밀은 예로부터 대표적인 구황작물이었고, 원조식품이던 밀가루 등에 밀려 홀대를 받아왔는데 왜 다시 뜨고 있을까요?

솔직히 기존의 막국수 형태는 제게 그리 매력적이질 않았습니다. 강원도 여러 곳을 다니며 맛본 막국수는 육수가 지나치게 달거나 혹은 시큼하고, 과도한 ‘깨드립’에 김가루까지 듬뿍 뿌려지니 냉면이나 일본식 소바에서 느꼈던 특유의 메밀 향은 온데간데 없었지요.

하지만 원래 막국수는 ‘막’이라는 접두사처럼 그냥 ‘막’ 만들어서 ‘막’(바로) 먹는 음식입니다. 춘천이 어떻고 영동지방은 또 어떻고 하면서 지역 분류를 하는 사람도 있고, 메밀 함량이 백프로인지 아니면 2:8인지 따지는 경우도 보았고, 심지어 메밀 속껍질의 도정 정도에 따라 면의 거침과 색이 다른 것을 두고서도 왈가왈부 하는데 이는 ‘막’국수에 대한 예의가 아닌 듯합니다. 막국수는 여행 중에 이름난 식당이 주변에 있다면 ‘막’ 찾아 들어가 수육 안주 등으로 먼저 ‘막’걸리를 마시고 국수로 마무리를 해야 하는 식도락입니다.

반면에 같은 메밀로 만드는 평양냉면은 서울이 평양보다 더 원형을 지키고 있다는 말도 있고, 유명한 냉면집을 찾아 전국순례를 하는 사람도 꽤 생겼습니다. 오죽하면 냉면 해설을 통해 우월감을 나타내려는 ‘면스플레인’이라는 단어까지 생길 정도이니 고급음식 반열에 오른 음식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더니 평양냉면에 버금가는 수준의 순도 높은 막국수가 최근에 인기입니다. 예의 ‘시큼달달’한 물막국수보다 쨍한 동치미나 냉면육수를 사용한 순메밀 막국수가 바로 그것인데, 그러다보니 냉면과 막국수의 구분이 모호해졌습니다.

그렇다면 냉면과 막국수를 구분하는 기준은 대체 무엇일까요? 제 짐작이지만, 냉면은 평양을 중심으로 한 이북지역에서 탄생한 음식이고, 막국수는 강원도가 고향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본질적인 재료 구성은 같더라도 평안도 사람들과 강원도 사람들의 입맛 차이가 반영되었겠지요. 또 냉면은 근대 이전부터 널리 알려져서 정형화된 형식을 갖추었지만, 막국수는 80년대 초 관제 행사를 통해 전국적으로 널리 퍼졌기 때문에 특별한 형식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식당마다 구성의 차이가 심하고, ‘부평막국수’처럼 아예 냉면과 유사한 형태도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냉면은 육수를 만드는데 정성이 많이 들어가고 고명도 풍부한 고급스러운 음식이라면, 막국수는 좀 거칠고 투박한 서민적인 느낌이랄까요? 대충 이 정도 차이이기 때문에 냉면이냐 막국수냐는 부르는 사람 마음대로라는 말도 가능하겠군요.

최근에 메밀이 뜨는 이유 중에 하나는 메밀음식을 건강식으로 생각을 한다는 점입니다. 칼로리가 낮은데다, 혈당을 급격히 상승시키는 밀가루의 단점을 보완한 식재료로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동치미 육수를 부은 순메밀 막국수의 인기를 대하면서 언뜻 떠오르는 영화 대사 패러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막국수인가 냉면인가!’

1. 메밀래 경기 용인시 기흥구 용구대로2145번길 23 동치미막국수 8000원
2. 장원막국수 강원 홍천군 홍천읍 상오안길 62 순메밀막국수 9000원
3. 삼군리메밀촌 강원 횡성군 공근면 삼배리 1 메밀국수 8000원

석창인 석치과 원장·일명 밥집헌터 s21187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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