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명품관이야 미술관이야? 뮤즈, 제품으로 다시 태어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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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와 명품의 합작

‘뮤즈(Muse).’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뮤즈는 시인과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예술의 여신이다. ‘생각에 잠기다’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 ‘무사(Mousa)’에서 기원했다.

2017년 명품가는 예술가들의 뮤즈와 손잡는다. 예술가들의 영감으로 탄생한 작품들이 명품 매장의 윈도 안에서 새롭게 다시 태어난다. 고풍스러운 미술관을 들른 듯, 제품으로 재해석된 뮤즈의 모습을 찬찬히 관람해본다.

명품과 아티스트, 역사의 부활

루이뷔통이 지난달 28일 공개한 제프 쿤스 컬렉션. 명화와 어우러진 제프 쿤스의 심볼 토끼 악세사리가 경쾌하다.
루이뷔통이 지난달 28일 공개한 제프 쿤스 컬렉션. 명화와 어우러진 제프 쿤스의 심볼 토끼 악세사리가 경쾌하다.


루이뷔통은 명품업계에서 아티스트 컬래버레이션 역사를 이끌어왔다. 창립자 루이 뷔통과 그의 아들 조르주 뷔통은 인상파 화가들과 친분을 가졌다. 3세인 가스통 비통은 장식 미술에 깊은 관심을 가져 1920년대 이미 매장 윈도 디스플레이를 예술가들과 함께 작업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신은 20여 년간 현대 루이뷔통의 아티스트 협업 프로젝트들로 이어져 왔다.

루이뷔통


루이뷔통의 올해 컬렉션도 맥을 잇는다. 미국 뉴욕의 현대미술가 제프 쿤스와 협업한 가방과 액세서리 컬렉션을 지난달 28일 공개했다. 서양 미술사를 대표하는 회화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제프 쿤스의 ‘게이징 볼(Gazing Ball)’ 시리즈를 차용했다.

제프 쿤스와 루이뷔통은 다 빈치, 티치아노, 루벤스, 반 고흐 등 대가들의 작품을 가방과 액세서리로 재창조했다. 루이뷔통 대표 클래식 라인 가방인 ‘스피디’, ‘키폴’, ‘네버풀’에 대가들의 작품 이미지를 새겨 넣기 위해 루이뷔통은 보유한 수공예 기술과 자재를 총동원했다. 각각의 제품엔 명작의 작가 이름을 새겼다.

제프 쿤스는 자신의 이니셜이 루이뷔통 고유의 모노그램 패턴에 포함되도록 디자인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모노그램 패턴의 변화를 허용하지 않았던 루이뷔통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행보다. 모노그램 요소들을 메탈 소재로 표현하고, 쿤스의 서명과 함께 가방 외부에 부착했다.

제프 쿤스 컬렉션의 모든 가방에는 40년간 쿤스의 모티브가 된 토끼 모양의 액세서리 태그가 걸려 있다. 가방 안에는 각 가방이 묘사하고 있는 작품의 원작자의 전기와 초상화가 담긴 책자가 함께 담겨 있다.

버버리의 올해 런웨이 컬렉션에서는 영국 요크셔 지방의 조각가 헨리 무어가 되살아났다. 조각이 갖는 소재의 입체미가 제품에서도 강조됐다.
버버리의 올해 런웨이 컬렉션에서는 영국 요크셔 지방의 조각가 헨리 무어가 되살아났다. 조각이 갖는 소재의 입체미가 제품에서도 강조됐다.


버버리는 올해 런웨이 컬렉션에서 버버리 트렌치코트의 고향인 영국 요크셔 지방의 예술가 헨리 무어의 뮤즈를 되살렸다. 20세기의 가장 뛰어난 조각가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그는 요크셔의 한 마을인 캐슬퍼드에서 태어났다. 헨리 무어는 돌, 나무, 청동 등의 소재를 위주로 작품을 만들었고 자연적인 윤곽을 중시해 조각품의 표면을 끈으로 채우는 방식을 개발했다. 자연스럽게 버버리 2월 컬렉션은 조각이 갖는 특징과 실루엣, 소재, 방식에 대한 탐구가 깃들었다.

버버리


제품 곳곳에서는 조각가로서의 헨리 무어의 스타일이 드러난다. 곡선을 즐겨 사용한 헨리 무어처럼 겉옷의 소매는 입체적인 오버사이즈로 제작됐고 의상의 앞쪽 여밈 부분도 풍성하게 늘어지듯 디자인했다. 손으로 고리를 만드는 로프 작업으로 완성된 케이프는 헨리 무어가 작품에서 끈과 와이어를 꿰는 방식에서 착안했다.

각종 프린트 문양은 헨리 무어 재단 자료에 있는 드로잉과 그래픽에서 가져왔다. 1937년부터 1973년까지 5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뤄진 헨리 무어의 작품들은 그 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오리지널 컬러로 프린트됐다. 다만 ‘팔라스 헤드’ 등 일부 작품은 회색 톤의 프린트로 재해석되기도 했다.

일러스트, 경쾌하게 때론 과감하게

경쾌하게, 때론 과감하게. 현대적인 일러스트레이터들과 명품가의 협업도 현재 진행 중이다. 가벼운 스커트나 스카프 등 패션 아이템에도 언제든 뮤즈가 들어올 수 있다. 가죽과 실크를 캔버스로 한 일러스트레이션의 재해석이다.

구치는 미국 일러스트레이터 제이드 피시와의 콜라보로 타로 카드의 신비감을 재해석했다.
구치는 미국 일러스트레이터 제이드 피시와의 콜라보로 타로 카드의 신비감을 재해석했다.


구치는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제이드 피시와의 컬래버레이션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뉴욕 거리에 핸드 프린팅으로 그려진 2500m² 규모의 콜라보 벽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구치


제품들은 제이드 피시 특유의 복잡한 패턴에서 기묘한 느낌을 주는 타로 카드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됐다. 해골과 나비, 새, 기하학적 문양들을 휘감은 모델들이 런웨이를 빛냈다. 역시 원색과 동식물 패턴을 조화시켜 젊은 스트리트 패션을 재해석하고 있는 구치의 아이템들과 잘 어우러진다.

프라다는 로버트 맥기니스의 일러스트레이션을 활용해 진취적이고 당당한 ‘여성들의 도시’ 콘셉트를 살렸다.
프라다는 로버트 맥기니스의 일러스트레이션을 활용해 진취적이고 당당한 ‘여성들의 도시’ 콘셉트를 살렸다.


프라다는 2017년 가을·겨울 컬렉션 쇼에서 포스터 아티스트 로버트 맥기니스의 일러스트레이션을 적극 활용했다. ‘여성들의 도시(City of Women)’ 콘셉트에 맞게 베레모와 샌들로 진취성을 강조한 모델들이 로버트 맥기니스의 화려한 포스터가 프린트된 의상을 걸쳤다.

프라다


복고 분위기의 장식품과 침구류로 침실처럼 꾸며진 프라다 쇼룸에서도 맥기니스의 포스터들이 멋을 더했다. 관람자의 시선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도심 여성들의 눈빛이 화랑에 걸린 초상화처럼 생동감 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루이뷔통#버버리#구치#프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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