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임헌정, 국악관현악단 지휘 도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17일 해오름극장서 네 곡 공연
“악기-연주법 달라도 감성은 같아… 음악 한다면 새로움을 즐겨야죠”

10일 오후 4시 서울 장충단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 ‘아리랑 환상곡’(최성환 작곡)이 울렸다.

“팀파니, 스네어! 두 개의 악센트가 들려야 돼요! 소금, 피리, 생황, 대피리, 태평소가 더 감정을 표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겁니다. 막 파도가 쳐야 돼요!”

긴박한 마에스트로의 주문과 함께 지휘봉이 올라가고, 마침내 아리랑의 결정적 선율이 몰아닥쳤다. “스톱! 마지막에 가야금 아르페지오가 더 들렸으면 좋겠는데…. 전통적으로 하던 대로 하지 말고….”

국립국악관현악단(예술감독 원일) 단원들의 수십 개의 손이 이날만은 임헌정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62·사진)의 손끝을 따랐다. 17일 오후 8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리는 공연 ‘임헌정과 국립국악관현악단’(2만∼5만 원)을 준비하는 두 번째 연습 시간이었다.

임 지휘자와 악단은 17일 무대에 네 곡을 올린다. 고 강준일 작곡가의 ‘내 나라 금수강산’, 아르보 페르트의 ‘프라트레스(Fratres)’, 재독 작곡가 정일련이 ‘수제천’을 재해석해 만든 ‘천-헤븐(天-Heaven)’, 그리고 ‘아리랑 환상곡’. 레퍼토리는 원 감독과 임 감독이 상의해 정했다.

공격적 해석, 거침없는 도전으로 이름난 임 감독이 국악관현악단을 지휘하는 건 처음이다. 그는 1999∼2003년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재임 때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로 국내에 말러 신드롬을 일으켰다. 새 도전의 감흥을 묻자 그는 “동서양의 악기나 연주법은 달라도 사람의 감성은 똑같다고 본다”고 했다.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것은 음악 하는 사람들이 항상 해야 되는 일이고, 또 그걸 즐겁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날 ‘천-헤븐’ 연습은 첫 마디, 첫 음부터 막혔다. 비현실적 고음을 통해 상상 속 하늘을 여는 아쟁의 하모닉스 음정. 악기 특성상 음정 지속이 힘들다는 연주자의 의견이 나왔다.

“좀 어려워도 일단 그대로 한번 가봅시다.” 임 지휘자는 미소를 지었다. “…자, 크레셴도!!”

공연 시작 전 계성원 악단 부지휘자와 정일련 작곡가가 감상 포인트를 짚어주는 ‘관객 아카데미’도 열린다. 국립극장 홈페이지(www.ntok.go.kr)에서 참가 신청을 할 수 있다. 선착순 100명. 02-2280-4135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