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서로 위로할 때…신경림-다니카와 슌타로 ‘시(詩)의 대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9일 15시 20분


코멘트
냉랭한 한일 관계를 녹일 한일 대표시인의 대시집(對詩集)이 양국에서 최근 동시 출간됐다. 한국의 신경림 시인(80)과 일본의 다니카와 슌타로 시인(84)의 대시, 대담, 대표시, 에세이를 묶은 ‘모두 별이 되어 내 몸에 들어왔다’(위즈덤하우스).

1931년 도쿄에서 태어난 다나카와는 10대 후반에 등단한 뒤 1952년 첫 시집 ‘이십억 광년의 고독’을 출판한 이래 시집을 포함해 200여권의 책을 냈다.

두 시인은 지난해 1월부터 6개월간 번역자 요시카와 나기를 가운데 두고 전자메일로 시를 주고받았다. 지난해 4월 신경림 시인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자 침통한 심정을 담은 시를 일본으로 보냈다. “남쪽 바다에서 들려오는 비통한 소식/몇 백 명 아이들이 깊은 물 속/배에 갇혀 나오지 못한다는/온 나라가 눈물과 눈노로 범벅이 되어 있는데도 나는/고작 떨어져 깔린 꽃잎들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

다니카와도 일본에서 슬픔을 나눴다. “숨 쉴 식(息) 자는 스스로 자(自) 자와 마음 심(心) 자/일본어 ‘이키(息·숨)’는 ‘이키루(生きる·살다)’와 같은 음/소리 내지 못하는 말하지 못하는 숨이 막히는 괴로움을/상상력으로조차 나누어 가질 수 없는 괴로움/시 쓸 여지도 없다//”

일본 다니카와 슌타로(왼쪽)와 한국 신경림 시인.
일본 다니카와 슌타로(왼쪽)와 한국 신경림 시인.

작은 키도 엇비슷한 두 시인은 들어가는 말과 나오는 말을 각각 맡아 썼다. 다니카와는 들어가는 말에 “국가 간의 관계가 순조롭지 못할 때도 시인들은-그들도 그 안에 살고 있기는 하지만-또 하나의 편안한 공간에서 정치인들의 언어와 차원이 다른 시의 언어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라고 썼다.

신 시인은 나오는 말에 “우리가 서로 나라가 다르고 말이 다른 만큼 생각이나 정서가 같을 수야 없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지구상에 같은 시대에 발을 딛고 사는 사람이라는 점입니다”라고 했다.

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