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연기-노래-연주… 관객 향한 구애의 오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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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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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오디션’
대본★★★☆ 노래★★★★ 무대 ★★★☆ 연출 ★★★☆

이다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다엔터테인먼트 제공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이 주도하는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국내 창작 뮤지컬의 경쟁력은 ‘우리 이야기’라는 데서 출발한다. 오픈런뮤지컬컴퍼니 박용전 대표가 작사, 작곡, 극작, 연출까지 도맡은 뮤지컬 ‘오디션’은 2007년 첫선을 보인 이후 올해까지 11차 공연을 펼쳤다. 그 질긴 생명력은 ‘88만 원 세대’로 불리는 요즘 젊은 세대의 꿈과 현실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데서 나온다.

좋아하는 음악으로 밥벌이하는 게 꿈인 6인조 밴드 ‘복스팝’의 현실은 한없이 누추하다.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 40만 원짜리 지하 연습실이 그들의 아지트. 그나마 8개월째 세를 못 내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설상가상으로 보컬마저 떠나버린다.

유일한 탈출구는 매력적인 보컬을 영입해 클럽에 고정출연하는 것. 그때 다른 밴드의 보컬인 선아(이은)가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다섯 명이 몰려가 콜라 1병을 시켜놓고 선아의 공연이 있을 때마다 그 앞을 지키며 간절한 ‘구애’의 눈빛을 보내는 읍소 전략뿐이다.

그런 만큼 선아를 영입한 뒤 삼겹살 잔치로 환영파티를 대신할 때 부르는 ‘고기 예찬’의 가사가 절절하게 다가선다. “오랜 세월 잊고 지낸 고기/오늘 너를 다시 만나네/단 한 번도 내 맘 속에서 널 잊은 적이 없었다.”

배우들이 노래뿐 아니라 악기 연주까지 직접 소화하는 점이 사실성을 강화한다. 몇몇 출연자는 실제 그룹사운드나 가수 출신이다. 기타리스트 병태 역의 오종혁은 ‘클릭비’의 리드보컬로 기타 연주를 무리 없이 소화했다. 퍼스트 기타를 치는 찬희 역의 정찬희는 박완규 밴드 기타리스트 출신. 2007년 초연 무대부터 참여해온 그는 오른손으로 연주하다 연주 실력 향상을 위해 이번 공연부터는 왼손으로 바꿨다. 매니저 홍초롱 역의 벤은 여성 3인조 그룹 ‘베베미뇽’의 메인 보컬이다.

이들이 오디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다양한 인간관계의 드라마가 무대 위에 촘촘히 펼쳐진다. 지난해까지는 노래가 10곡뿐이었는데 이번 공연에선 선아가 부르는 ‘왜 사랑은 동시에 끝나지 않는가’를 추가했다. 전체적으로 사이키델릭한 편곡으로 이전 공연에 비해 몽환적 분위기를 강화했다. 극 막판에 찬희가 충분한 전후 설명 없이 갑자기 죽는 설정은 보완을 통해 설득력을 높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i:병태 역에 그룹 ‘파란’의 멤버 최성욱과 뮤지컬 배우 박승원 씨가 번갈아 출연한다. 홍다복과 홍초롱 역도 더블 캐스팅이다.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이다’ 1관. 02-762-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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