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소통]“강렬한 태양… 제주는 누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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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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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시지 화백 서울 개인전
“풍토 다르면 그림 달라야”

갤러리에 들어서는 순간 제주의 거센 바람이 온몸에 스며든다. 조랑말, 까마귀, 해녀, 흰 포말이 출렁거리는 바다와 함께.

‘폭풍의 화가’로 알려진 변시지 화백(84·사진)이 5년 만에 서울에서 선보이는 제주의 풍광이다. 75년 이후 제주에 머물며 독자적 스타일로 고향의 풍광을 천착해온 화가가 35점의 그림과 함께 서울 나들이를 했다. 31일까지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롯데갤러리에서 열리는 ‘검은 바다’전 개막을 위해서다.

청력은 떨어졌지만 악수할 때 손에서 힘이 느껴졌고 말은 또박또박 했다. “회화 예술의 요체는 풍토라고 생각한다. 스페인에서 태어난 피카소는 그림에서 정열이 느껴진다. 지역마다 사투리가 있듯 같은 땅이라도 지역이 다르면 다른 그림이 나와야 한다. 한데 요즘엔 서울이나 지방이나 비슷하고 독창적 작품이 별로 없다.”

서귀포 태생으로 어릴 때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오사카미술학교를 졸업했다. 23세 때 일본의 관전인 ‘광풍회’전에서 최연소 최고상을 받으며 주목받은 그는 1957년 귀국했다. 1970년대 고향에 다시 터를 잡은 화가의 그림은 온통 황토빛인 데다 애잔함이 배어있다.

“제주공항에 처음 내렸을 때 태양빛이 강렬하게 비추면서 모든 것이 누렇게 다가왔다. 제주를 색으로 표현하면 누런색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에 누런 풍경이 탄생했다. 유배지였던 제주는 바람 많고 외로운 섬이다. 씨앗을 뿌리면 흙까지 날아가버리는 섬, 그런 쓸쓸함이 작업에 스며든 것 같다.”

집중력이 떨어져 요즘 소품만 그린다는 화가. 화려했던 일본 시절을 돌아보면서 후회는 없느냐고 묻자 답했다. “제주도에 와서 지금의 그림이 나온 것이 무엇보다 자랑스럽고 그것에 만족한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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