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소통]2년만의 기획전 ‘리움’의 기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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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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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11명 ‘미래의 기억들’ 전 개막

리움미술관이 2년여 만에 기획한 ‘미래의 기억들’전에서 선보인 마이클 린의 벽면 설치 작품. 사진 제공 리움미술관
리움미술관이 2년여 만에 기획한 ‘미래의 기억들’전에서 선보인 마이클 린의 벽면 설치 작품. 사진 제공 리움미술관
미술관 외벽에 부착된 ‘Memories of the future’(미래의 기억들)란 문구는 네온사인처럼 반짝인다. 건물 유리창엔 한글과 영어 문장을 섬세한 문양으로 재구성한 작품이 뒤덮여 있다. 바닥과 카페의 벽면에도 작품이 자리하고 있다. 미술관 전체가 한 목소리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듯하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이 2년여 만에 자체 기획전을 마련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사립미술관이 기지개를 켜고 26일 개막한 전시의 제목은 ‘미래의 기억들’. 2008년 삼성 특검의 여파로 홍라희 관장이 관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소장품 위주의 상설전으로 ‘연명’해온 리움의 기획전 재개는 미술계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국내외 작가 11명의 작품 58점을 선보인 전시는 높은 기대치에 비해선 소박한 편이다. 한국 작가로는 벽면에 수묵화처럼 자유로운 드로잉을 선보인 곽선경 씨, 비누를 소재로 도자기를 재현한 신미경 씨, 검은 비닐봉지로 강아지 형상을 만든 김홍석 씨, 사진으로 다양한 조각을 만든 권오상 씨, 재스민 향을 내뿜는 벽을 만든 잭슨 홍 씨, 스포츠와 속담을 소재로 조각을 선보인 사사(Sasa)가 참여했다. 해외 작품의 경우 사진 텍스트와 영상으로 진실과 허구의 게임을 펼치는 소피 칼의 ‘남편’을 비롯해 필리핀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농장을 소재로 설치작품을 내놓은 디르크 플라이시만, 시간이 흐르는 느낌을 문자로 나타낸 로랑 그라소, 카페 벽면에 거대한 꽃을 가는 붓으로 그린 마이클 린,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과 위선에 대한 관념을 문자작업으로 표현한 창 킨와의 작업을 만날 수 있다.

우혜수 수석연구원은 “관객들이 현대미술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보고 만지고 듣고 냄새를 맡는 등 오감을 활용해 적극 체험하고 참여하는 전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 13일까지. 3000∼5000원. 02-2014-6901

리움 측은 이 전시를 시발점으로 12월에 미술관 내 블랙박스 공간에서 영상설치 작가 크리스천 마클레이의 전시를 여는 등 기획전을 이어간다. 하지만 신진작가를 대상으로 격년제로 열렸던 ‘아트 스펙트럼’의 경우 학예연구원이 크게 줄어든 만큼 전시의 형식과 내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홍 관장의 복귀에 대해서 동생인 홍라영 총괄부관장은 “관장직 유지와 관계없이 미술관 운영에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빨리 돌아오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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