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소통]흙의 화려한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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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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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위 도예가 신상호 씨…‘그랜드하얏트서울’서 전시

서울 남산의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의 로비에 전시된 도예가 신상호 씨의 말 조각에는 민화의 색과 문양이 담겨 있다. 사진 제공 신상호 씨
서울 남산의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의 로비에 전시된 도예가 신상호 씨의 말 조각에는 민화의 색과 문양이 담겨 있다. 사진 제공 신상호 씨
호텔 로비에 들어서면 우리 민화의 색과 문양을 덧입힌 크고 작은 말이 반겨주고, 실내풀장에는 지구촌의 다양한 인종을 상징하는 원색의 인물 두상이 놓여 있다. 연회장 입구에는 사각형 흙판에 유약으로 그림을 그리고 불로 구워낸 작품이 색채의 마술로 눈을 사로잡는다.

서울 남산자락에 자리한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이 전시장으로 변신했다. 전통 도예를 기반으로 조각 회화 건축의 영역을 오가며 활동하는 전방위 도예가 신상호 씨(63)의 작품 40여 점을 30일까지 전관에서 선보이는 것. 김해 클레이아크미술관의 초대관장을 지냈고, 서울 강남 삼성타운 등에서 건물 외벽을 ‘구운 그림’으로 장식했으며, 지난해 LG패션과 함께 패션과 도예의 만남을 시도했던 작가의 또 다른 도전이기도 하다.

호텔이 숙박이나 식사를 위한 공간에서 문화를 체험하고 공유하는 공간으로 바뀐 것도 색다르지만 1993년 작가가 설치했던 무채색의 작품과 눈부신 색감의 최근작을 한데 배치해 작업의 진화과정을 볼 수 있는 것도 흥미롭다. 곳곳에 놓인 사람과 동물의 두상을 테마로 한 ‘HEAD’ 시리즈, 말 조각에서는 그가 사랑하는 대륙 아프리카의 향기가 물씬 풍기고, 불로 구운 그림들은 도자의 영역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갤러리가 아니라 호텔처럼 일상의 공간에 내 작품이 놓였을 때 느낌이 어떤지, 보는 이들에게 어떻게 다가서는지 알고 싶었다. 더불어 흙을 만지면서 크기와 색의 제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원 없이 한풀이를 했다.”

그러면서 작가는 추상화된 꽃을 흐드러진 색채로 표현한 6m 길이의 평면작품 ‘자유의 꽃’을 가리킨다. ‘구운 그림(Fired painting)’이라고 명명한 작업으로 가로 세로 각 50cm 크기의 도자판을 이어 붙여 완성했다. 그는 “빛과 열에서 태어난 색은 다르다. 그림에서 표현하지 못하는 색도 불에 구워서 낼 수 있다”고 자랑했다.

전통을 재해석한 창작 도예로, 건축과 접목한 건축도자의 세계로 도자의 영토를 확장해온 작가. 가장 오래된 재료, 흙이 가진 새로움을 향한 그의 실험과 도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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