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소통]기업미술관 잇단 개관… 작품 알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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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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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맥주-한진그룹-OCI, 기획전-작가 지원 미술계 활력

전시장 ‘하이트 컬렉션’에 설치된 서도호 씨의 설치작품 ‘인과’.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전시장 ‘하이트 컬렉션’에 설치된 서도호 씨의 설치작품 ‘인과’.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건물 1층에 들어서면 오렌지색의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눈길을 붙든다. 지하 1층까지 연결된 로비 공간을 채운 이 작품은 서도호 씨의 설치작품 ‘인과’로 11만 개의 소형 인물상이 높이 8m, 지름 10m 크기로 줄줄이 이어져 있다. 이 작품과 더불어 지하에는 관련 드로잉과 영상작품을 볼 수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조각가 권진규(1922∼1973)의 작품을 조명한 ‘탈주’전이 열린다. 공간과 작품의 관계를 잘 엮어내 ‘영원’과 ‘내면’을 향한 탈주란 주제를 돋보이게 만든 격 있는 전시다. 특히 불교적 성향이 짙은 작가의 ‘십자가에 매달린 그리스도’가 눈길을 끈다. 교회의 주문을 받아 제작했으나 거절당했던 작품이다.

이들 작품은 일반 화랑이 아니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하이트맥주 본사에 가야 감상할 수 있다. 주류업체 하이트진로그룹 산하 하이트 문화재단(이사장 박문덕)에서 8일 개관하는 ‘하이트 컬렉션’의 첫 전시로 마련한 전시들이다. 로비 바닥을 철거하고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 공간을 수직으로 연결한 전시장은 재단과 하이트맥주가 소장한 작품 위주로 대중과 만난다는 취지에서 ‘컬렉션’으로 명명됐다. 전시는 내년 3월 11일까지. 관람시간은 월∼금 낮 12시∼오후 6시. 02-3219-0271

올 들어 기업 미술관이 잇따라 개관하면서 미술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하이트 컬렉션에 앞서 한진그룹에서 운영하는 일우재단이 4월 초 서울 중구 서소문동 대한항공 사옥 1층에 일우스페이스를 개관했고, OCI(옛 동양제철화학) 산하 송암문화재단은 8월 중순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 미술관을 열었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으로 마련된 이들 공간은 백화점식 전시보다 각기 다른 정체성을 내세운 전시와 작가지원프로그램을 마련해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120여 점에 이르는 권진규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하이트재단은 권진규 예술세계에 대한 관심을 더욱 넓게 부각할 계획이다.

일우스페이스의 경우 시청역 부근 사옥 1층에 10m 길이의 대형 윈도 갤러리를 마련해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도 전시를 볼 수 있게 꾸민 점이 특징. 또 일우재단을 통해 일우사진상을 운영하면서 유망 사진작가를 발굴 지원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02-753-6502

OCI미술관의 경우 회사 창립자인 고 이회림 명예회장이 살던 집을 고쳐 현대미술 전시장으로 단장했다. 평면 입체 미디어영상 부문에서 한국 미술계를 이끌어갈 신진작가 공모전을 통해 선발된 작가를 미리보기 형식으로 선보인 개관기념전에 이어 6∼26일 정경심 강상우 씨의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관장을 맡은 이수영 OCI 회장의 부인 김경자 씨는 “거창한 일회성 행사보다 유망 작가들을 뒷바라지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미술관은 25일까지 1인당 1000만 원의 창작지원금과 내년에 개인전을 열어주는 신진작가 공모신청을 받는다. 02-734-0440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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