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규 법무법인 조운 대표변호사서울 강북의 모 재개발 구역에 빌라를 갖고 있던 40대 남성이 조합설립인가 직후 이혼 소송에 휘말렸다. 법원은 해당 빌라를 아내에게 넘겨주도록 판결했다. 아내는 기뻤다. 재개발이 완료되면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합 측은 “분양 신청 기간이 지나 조합원 자격이 없다”며 입주권 인정을 거부했다.
사건 속 아내라면 조합의 조치가 부당하게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와 비슷한 일이 적지 않게 벌어진다.
도시정비법 제39조는 투기과열지구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 소유권을 취득한 사람은 조합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는 조항이다. 이혼 재산분할도 법률상 소유권 이전이다. 하지만 같은 조 1항과 2항 단서는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로 취득한 경우를 예외로 명시하고 있다. 입법자들도 이혼까지 투기로 간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을 인식한 것이다.
다만 예외를 적용받으려면 예외를 주장하는 자가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법원 판결문이나 협의 분할 확인서를 조합에 내야 한다. 말로만 “이혼으로 받았다”고 해봤자 소용없다. 조합 실무에서는 서류 없이 구두 주장만 반복하다 기한을 넘기는 사례가 종종 생긴다. 먼저 조합원 지위 변동을 위해 조합이 요구하는 서류를 제출하는 것이 좋다. 분양신청 안내 통지 등 입주권 확보에 필요한 필수적 절차에서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분양신청 자체에도 함정이 있다. 도시정비법 제76조의 1가구 1주택 공급 원칙 때문이다. 이혼 후 두 사람이 각각 구역 안에 물건을 갖고 있어도, 가구 분리가 안 되면 한 가구로 묶여 분양신청은 한 명만 가능하다. 이혼 신고를 마쳤다고 끝이 아니다. 늦어도 분양신청 마감일까지는 주민등록상 가구 분리는 물론이고 실제 거주지도 분리해야 한다. 이혼 신고일과 가구 분리일이 다르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재당첨 제한도 챙겨야 한다. 도시정비법 제72조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 정비사업 입주권이나 분양권을 받으면 5년간 다른 정비사업 분양신청이 막힌다. 이혼으로 가구가 분리되면 전 배우자의 입주권이나 분양 당첨 이력은 내 것이 아니다. 이혼이 개인사로는 뼈아픈 사건이지만, 정비사업 맥락에서는 새출발의 조건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 역시 가구 분리, 실거주지 분리 등 이혼 후 후속 조치를 살뜰하게 챙겨야 확보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이혼과 정비사업의 교차점에서 결정적인 건 날짜 네 개다. 이혼 신고일, 주민등록상 가구 분리일, 소유권이전등기 완료일, 관리처분계획 기준일. 이 네 개가 어떤 순서로 놓이느냐에 따라 입주권이 살거나 죽는다. 정비사업에 관여된 재산이 있다면 재산분할 협의 시에 이혼 전문 변호사뿐만 아니라 정비사업 전문 변호사도 함께 테이블에 앉혀야 한다. 날짜 하나 차이로 수억, 수십억 원짜리 입주권이 날아가는 일이 남 얘기가 아닐 수 있다. 권리변동 신고를 위한 조합 정관도 구역별로 제각각이니, 미리 확인해 두는 게 좋다. 이혼은 감정의 문제일지 몰라도, 입주권은 냉정한 서류와 날짜의 문제라는 걸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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