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 발달… 문화예술 종사자엔 재능 꽃피울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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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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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포럼 문화예술 세션 무슨 논의했나

《지난달 27∼3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는 여러 참석자가 다양한 세션에서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를 언급하며 얘기를 풀어갔다. ‘정보 시대와 인간의 행동’ 세션에서 나쓰노 다케시 일본 게이오대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는 스마트폰과 인터넷 소셜네트워킹사이트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며 휴대전화로 TV를 보고 음료 값을 계산한다”면서 “이 세대는 지성과 창의성에 대한 정의까지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술은 자연의 모방인데
불가능했던 표현도 가능해져

불법 다운로드-저작권 등
위기의식 강조도 많아

같은 세션에서 발표한 컴퓨터 전문가 조슈아 클레인 씨의 정의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는 ‘대체로 1980년 이후 태어난 사람들’이다. 이 세대의 특징은 어려서부터 디지털 기술에 노출됐다는 것. TV를 틀어놓은 채 숙제를 하고, 그러면서 여러 친구들과 인터넷 채팅을 하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세대다.

밀레니얼 세대가 주도하는 디지털 시대(Digital Age)의 변화 양상은 이번 포럼의 주요 화두 중 하나였다. 특히 문화예술 분야의 세션들이 이 주제에 큰 관심을 보였다.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디지털 시대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우선 ‘위기의식’이 두드러졌다. ‘위기와 문화’ 세션에서 발표한 일부 참가자는 디지털의 발달이 경제위기와 마찬가지로 문화예술에 위기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영화 음악 콘텐츠의 불법 다운로드 문제, 전자출판을 둘러싼 저작권 보호 문제 등이 크게 부각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디지털 시대가 진행되면서 문화예술이 가벼워지는 양상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왔다. 인도 다르파나행위예술아카데미의 말리카 사랍하이 디렉터는 예술이 ‘맥도널드화(McDonaldization)’를 맞고 있다고 경고했다. 예술을 오락(entertainment) 수준으로 격하시키는 추세를 지적하며 그는 ‘발리우드’로 불리는 인도의 영화산업을 예로 들었다. 그는 “오늘날 인도는 무용가, 가수, 화가보다 영화배우를 더 앞세우는데, 이것은 문화가 잘못된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디지털 시대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다룬 ‘저널리즘의 미래’ 세션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왔다. 발표자들은 블로그로 대표되는 ‘시민 저널리즘’과 무료 온라인 콘텐츠의 발달이 미디어 산업의 전통적 비즈니스 모델을 약화시킨다고 입을 모았다. 이 세션에선 그런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는 기자들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정의가 나왔다. 기자들이 감시자 역할을 하던 게이트키퍼(gatekeeper)에서 점차 정보와 사람을 연결해 주는 커넥터(connector) 또는 네트워커(networker)로 변화한다는 것. 그러나 참석자들은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가 유통되는 중에도 질 높은 뉴스와 정보에 대한 가치는 여전하다”며 디지털 시대에도 기자들이 고유한 역할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예술, 문화 그리고 디지털 시대’ 세션의 참석자들은 위기의식보다는 ‘기회’라는 관점에서 디지털 시대를 바라봤다. 기술의 발달로 과거엔 불가능하던 표현이 가능해지기도 했고, 소비자들 역시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폭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여러 발표자가 “예술은 자연을 모방하는 것인데, 기술의 발달로 더 높은 수준의 모방이 가능해졌다” “창작을 하는 사람들은 소비자들과의 직접 소통이 가능해졌다”며 예술에 대한 기술의 순기능을 강조했다.

이들은 나아가 디지털 기술이 발달할수록 그 기술에 담을 질 높은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참석자는 “도구(기술)가 작동하려면 그에 알맞은 내러티브가 있어야 한다. 한 손에는 예술을, 다른 손에는 기술을 두고 균형을 유지하는 데서 진정한 혁신이 온다”고 말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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