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전막후]연극 ‘주머니 속의 돌’…사투리 번안의 묘미

  • 입력 2005년 8월 31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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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일 막을 올리는 연극 ‘주머니 속의 돌’은 아일랜드 작품. 미국 할리우드 영화 제작진이 아일랜드로 가서 영화를 찍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두 사람의 배우가 단 한번도 퇴장하지 않고 즉석에서 펼치는 ‘1인 다역’이 웃음을 자아내는 코미디.

작품을 우리 식으로 바꾸는 번안과정에서 할리우드 제작팀은 서울 충무로 영화팀으로, 아일랜드는 강원도 산골로 바뀌었다. 극중 할리우드 여배우가 ‘사투리 코치’로부터 아일랜드 억양의 영어를 배우는 부분은 서울 태생 여배우가 강원도 사투리를 배우는 것으로 설정됐다.

아일랜드는 종종 강원도로 번안된다. 극단 차이무의 고정 레퍼토리인 연극 ‘거기’도 아일랜드 작품. ‘거기’에서도 무대인 아일랜드는 강원도로 바뀌었다.

‘주머니 속의 돌’의 연출가 박혜선 씨는 “‘아일랜드’가 갖는 고립된 느낌과 순박함, 투박함은 강원도와 닮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일랜드와 강원도의 친연성은 무엇보다 사투리에서 나온다. 경상도나 전라도, 충청도 사투리는 그간 대중 매체에 너무 많이 등장해 생소함도 없고 사투리에 따른 고정 이미지마저 생겼다.

제주도의 경우 강원도보다 고립된 이미지는 훨씬 크지만 ‘외국어에 가까운 제주 사투리로는 관객과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단점 때문에 제외됐다. 적당히 낯설어 순박한 느낌을 주면서도 관객이 얼추 알아들을 수 있는 강원도 사투리가 각광 받는 이유다.

문제는 배우들이 강원도 사투리를 못한다는 점. 이에 따라 ‘주머니 속의 돌’의 극중 여배우가 ‘사투리 코치’를 둔 것처럼 이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도 ‘거기’의 사투리 교육을 맡았던 강원도 출신의 스태프를 ‘사투리 코치’로 모셔와 따로 과외 지도를 받았다.

그러나 자칫하면 경상도 사투리가 되고 조금만 억양을 세게 하면 평안도 사투리처럼 들리는 강원도 사투리를 구사하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고 배우들은 혀를 내두른다.

“이 사투리가요, 쉬운 게 아니래요…. 쫌만 (대사를) 잘못하믄요, 대뜨번에(대번에) 짤래요(잘려요).”(배우 최덕문)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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