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장해순 언론정보대학원 객원교수와 강태완 언론정보학부 교수가 지난해 10월 전국 중고교생 10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모와 개방적이고 긍정적인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 아이일수록 자신을 가치 있는 사람으로 느끼고 있었다.
부모 모두와 능동적이고 원활하게 상호작용을 하는 아이(3.55·4.00 만점)가 부모와 회피적이고 부정적으로 의사소통하는 아이(3.19)보다 자아존중감이 높았다.
아버지든 어머니든 어느 한쪽만 의사소통 유형이 개방형인 경우 아이의 자아존중감은 중간 정도(3.33∼3.35)였다.
○ 부모 중 한 명은 악역을 맡아라
연구자들은 “부모 중 한 명이 자녀와 부정적이고 폐쇄적 의사소통을 할 경우 다른 한쪽 부모는 긍정적이고 개방적인 의사소통을 함으로써 보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화전문가 이정숙(SMG 대표이사) 씨는 ‘나쁜 경찰 좋은 경찰’론을 들어 아버지와 어머니의 의사소통 유형이 반드시 서로 달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씨는 “누군가 나쁜 경찰 역을 맡아야 사회의 질서가 유지되듯이 가정에서도 누군가 악역을 맡아야 질서가 생긴다”며 역할분담론을 강조했다.
둘 다 개방적이기만 하면 권위가 서지 않고 둘 다 엄격하기만 하면 아이는 집에서 튕겨져 나와 또래집단에 휩쓸려 버린다.
그러나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을 나타내는 자신감에서는 아버지와의 의사소통이 어머니와의 의사소통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아버지가 폐쇄형일 경우 청소년 자녀의 자신감은 어머니가 개방형이거나 폐쇄형이거나 똑같이 낮게 나타났다(2.90).
○ 아버지여, 자녀와 대화의 문 열라
반대로 아버지가 개방형일 경우엔 어머니가 개방형(3.13)이거나 폐쇄형(3.07)이거나 높게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도전적인 과제를 선택하려는 경향도 아버지가 개방형이고 어머니가 문제형일 경우 가장 높았다”며 “도전적인 아이로 키우려면 엄부자모가 아니라 자부엄모(慈父嚴母)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버지가 적극적으로 청소년 자녀와 솔직하고 친밀하며 개방적인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씨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어머니와 달리 아버지는 나이가 들수록 가족 내에서 고립감을 느끼기 쉽다”며 “모든 아버지들은 아내에게 자녀교육 관련 서적을 한아름 안기는 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늦기 전에 청소년 자녀와 대화의 문을 열라”고 조언했다.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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