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양식·운동 등 무더위 열로 식힌다

  • 입력 2005년 8월 1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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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에선 더운 여름을 이기는 건강법으로 ‘이열치열’을 권하고 있다. 고단백 에너지원 공급 식품인 삼계탕은 여름철 보양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안철민 기자
한의학에선 더운 여름을 이기는 건강법으로 ‘이열치열’을 권하고 있다. 고단백 에너지원 공급 식품인 삼계탕은 여름철 보양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안철민 기자
한의학에서는 여름에 땀을 많이 흘리면 양(陽)의 기운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 내부 장기가 차가워진다고 본다. 그래서 뜨거운 음식을 먹음으로써 장기를 데워야 한다는 ‘치료법’이 제시된다. 바로 ‘이열치열(以熱治熱)’이다.

이에 대해 현대의학에서는 대체로 “이열치열이 건강에 좋다는 근거는 없다”는 입장이다. 왜 그럴까.

○ 여름철 인체를 이해하자

더우면 체온은 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람은 항온동물. 오르는 체온을 방치하면 죽을 수도 있다. 결국 혈류량과 땀을 이용한 체온조절 시스템이 가동된다.

이 시스템은 피부 혈관을 확장하고 혈류량을 늘림으로써 열을 몸 밖으로 내보낸다. 또 땀을 만들어 내면 이 땀이 증발하면서 열을 빼앗아 간다.

이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몸속 장기로 흐르는 혈류량은 줄어든다. 혈액 공급이 줄어든 소화기의 기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여름철에 소화불량 증세가 흔한 것이다. 찬 음식을 먹으면 설사가 잦은 것도 같은 이유다. 소화기에 공급되는 혈류량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소화를 못 시킨 음식을 강제로라도 배출하는 것.

이불을 덮지 않고 자면 배탈이 잘 나는 것도 같은 이치다. 새벽에 기온이 떨어지면서 노출된 배 부위의 열을 빼앗기면 소화기로 가는 혈류량이 또 줄어든다. 배만이라도 덮고 자는 게 좋다.

○ 한의학에선 이열치열 음식으로 삼계탕 보신탕 추천

현대의학에서는 땀을 흘렸다고 더 시원해진다고는 보지 않는다. 실제 땀을 뻘뻘 흘리며 삼계탕을 먹은 뒤에도 체온은 그대로다. 땀이 열을 앗아갔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 뿐이란 것. 든든하다는 생각 역시 뜨거운 음식이 소화기를 자극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느낌일 뿐이다.

그러나 한의학에서는 이열치열을 훌륭한 여름 건강법으로 본다. 음식을 먹고 난 뒤 개운한 느낌이 드는 것도 더위 해소에 간접적 도움이 된다.

삼계탕이나 보신탕이 가장 좋은 음식으로 추천된다. 육개장 등 매운 음식도 더운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괜찮다. 그 밖에 인삼, 맥문동, 오미자, 대추도 따뜻한 성질이 있다. 이런 약재는 데운 뒤 식혀 먹어도 따뜻한 성질을 유지한다.

○ 노약자 심장질환자는 이열치열 금지… 사우나 등서 무리한 땀빼기 금물

무리해서 내는 땀은 적합하지 않다. 특히 이열치열을 한답시고 사우나나 찜질방에서 무리하게 땀을 내는 것은 양·한방을 막론하고 권하지 않는 방법이다.

이 경우 체온조절 시스템이 손상돼 오한이나 감기에 걸리기 쉽다. 탈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의학에서도 이렇게 땀을 빼면 양의 기운이 더 많이 빠져나가 큰 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열치열 개념은 건강한 사람에게만 적용된다는 것도 양·한방의 의견이 일치하는 대목. 열과 관련된 질병을 고치려는 의도로 이열치열을 이용하면 큰 화를 부를 수도 있다. 특히 노인이나 어린아이, 심장질환자, 이뇨제 복용 환자에게 이열치열을 적용하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한편 얼음으로 마사지하는 ‘이냉치열(以冷治熱)’도 좋지 않다. 물론 얼음이 닿는 순간은 시원하다. 그러나 그뿐이다. 오히려 피부 혈관을 축소시키고 땀 분비를 막아 체온조절 시스템을 엉망으로 만들 수 있다. 냉방이 너무 잘 된 곳에 오래 있을 때 생기는 냉방병도 엄밀히 말하면 이 시스템이 손상되고 면역력이 떨어져 나타나는 것이다.

꾸준하게 운동을 하고 영양을 고루 섭취하면서 전체적으로 무리하지 않는 ‘평범한’ 건강법이 여름나기에도 적용된다.

(도움말=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 울산대 생리학과 임채헌 교수, 경희대한방병원 내과 정승기 교수, 서울아산병원 영양팀 강은희 과장)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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