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서평]‘북조선 사회주의 체제성립사’

  • 입력 2005년 2월 25일 17시 27분


코멘트
◇북조선 사회주의 체제성립사/1945∼1961/서동만 지음

1047쪽· 4만 8000원·선인

저자는 노무현 정부 출범 후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을 지낸 자타 공인의 북한 전문가다. 탈냉전시대 유일하게 ‘냉전의 고도(孤島)’로 남은 한반도와 21세기의 현안으로 등장한 북핵문제 등 북한문제가 지닌 역사적 무게를 고려할 때, 북한체제 위기를 역사적 기원부터 탐구하는 이 책은 당연히 우리의 이목을 끈다.

이 책은 저자의 1995년 일본 도쿄(東京)대 박사학위 논문을 수정, 보완한 것이다. 저자는 세계적인 소련사, 북한사 전문가인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교수의 제자이지만 이번 저서로 청출어람의 성과를 엮어냈다.

저자는 북한 사회주의체제의 확립 시점을 1961년으로 잡고 1945년부터 61년까지 북한 사회주의의 제도형성과정을 5단계로 구분, 역사적 방법으로 추적했다. 저자는 북한 사회주의가 그 모델이 된 소련보다도 더 철저한 국가사회주의, 즉 국권적(國權的) 사회주의였고 냉전의 최전선에 위치했기에 군사적 색채를 짙게 띠지 않을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

저자는 ‘노동신문’, ‘근로자’ 등 사료적 가치가 떨어진다는 북한 공식문헌도 치밀하게 분석하면 북한에 대한 객관적 연구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는 우리 학계에 만연한 ‘내재적 접근법’과 선을 긋고 사회과학적 방법을 도입했다. 또한 일본 학계의 소비에트사 연구 성과를 북한 연구에 적용하여 협애한 정치사에서 벗어나 공업관리체제, 농업생산체제 분석 등으로 연구범위를 확장시킬 수 있었다.

이 책이 연구사에서 점하는 지위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이정식의 ‘한국 공산주의 운동사(Communism in Korea·1973년)’ 이후 가장 탁월한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서동만이 도달한 지점은 우리가 새롭게 출발할 지점이기도 하다. 그의 연구에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먼저 국가형성, 체제형성이라는 거대 서사의 서술은 전형적으로 사회과학적 역사학의 산물이며, 여기서는 불가피하게 한 사회의 발전 과정이 현저히 정형화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다양성과 구체성은 이 거대한 그물에는 걸리지 않는다. 역사적 사실은 이 거대서사보다 훨씬 더 풍부한 것이다. 또 성과는 거뒀지만 공식문헌은 검열을 거친 것이며 ‘노예의 언어’로 가득 차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공식문헌에 대한 의존은 불가피한 선택이며 1차 사료인 각종 기록보관서 자료(Archives)를 활용해 실증의 수준을 더욱 높여야 한다.

전현수 경북대 사학과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