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새벽 2시 6분’ 피의 공포 속으로…‘숨바꼭질’

  • 입력 2005년 2월 23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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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에이엠 시네마
사진제공 에이엠 시네마
아홉 살짜리 딸 에밀리(다코타 패닝)는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자살로 정신적 충격을 받는다. 아버지인 정신과 의사 캘러웨이 박사(로버트 드 니로)는 에밀리에 대한 정신 치료가 진전을 보이지 않자 딸과 함께 뉴욕 외곽의 작은 마을로 이사한다. 새 집에 적응할 때쯤 에밀리는 ‘찰리’란 친구가 방에 있다고 말하지만, 박사는 딸이 상상 속 인물을 친구 삼는 것으로 여긴다. 급기야 ‘찰리’로부터 온 피로 쓴 메시지가 집안 곳곳에서 발견된다.

25일 개봉되는 ‘숨바꼭질(Hide and Seek)’은 ‘저비용 고효율’ 스릴러다. 이야기나 등장인물의 규모를 최소화하면서, 로버트 드 니로와 다코타 패닝이란 단 두 명의 배우가 벌이는 에너지의 화학작용에 집중한다. 이 영화는 조용하고 차분한 템포로 외려 숨통을 조이는데, 이는 여백을 통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할 줄 아는 안정된 연출력 때문이다.

‘숨바꼭질’에서 중요한 건 ‘시점(視點)’이다. 캘러웨이 박사의 시점으로 전개되면서 에밀리를 둘러싼 궁금증과 공포를 쌓아가던 이 영화는, 클라이맥스 지점에 이르러 묶어놨던 시점을 확 풀어 해방시켜 버린다. 벽장 속에 숨은 수수께끼 인물 ‘찰리’의 시점도 됐다가, 딸 에밀리의 시점도 됐다가, 에밀리를 걱정해 찾아온 에밀리의 주치의 칼슨 박사(팜케 얀센)의 시점으로도 옮겨간다. 시점에서 시점으로 관객이 휙 건너뛰는 순간 ‘찰리’는 정체를 드러낸다.

눈치 빠른 관객이라면 막판에 대단한(?) 반전이 일어나기 전 ‘찰리’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도 있겠다. 이웃들이 ‘하나같이 수상하다’는 사실은 그들이 ‘모두 범인’이거나 아니면 ‘모두 범인이 아니다’는 짐작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자살한 아내의 시체와 ‘찰리’의 끔찍한 낙서를 캘러웨이 박사가 각각 발견하는 시간이 왜 늘 ‘새벽 2시 6분’인지에 주목하라.

한 가지 결말로 개봉한 미국과 달리, 국내에선 엔딩(1분50초 분량)이 서로 다른 두 개의 버전으로 나뉘어 극장마다 다른 버전이 상영된다. 어떤 걸 보든 대세엔 지장 없다. ‘시암 선셋’ ‘위험한 유혹’의 존 폴슨 연출. 15세 이상 관람 가.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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